물을 그린 그림도 열네 점을 나란히 놓으면 물이 열네 가지로 흐릅니다. 수평선 없이 가로 획으로 쌓은 바다, 점의 무리로 솟는 흰 거품, 칼로 판 검은 항구, 해바라기 꽃판 안에 들어앉은 해변, 연필 선 몇 줄로 떨어지는 폭포, 면실의 올로 덮은 눈밭, 사진 위에 그려 넣은 눈보라까지.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작품으로 재료와 시선이 물을 어떻게 바꾸는지 읽습니다.
바다·강·폭포·눈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 같은 물이 유채·목판·연필·실·사진 위에서 달라지는 열네 가지 방식

물을 그린 그림은 한 장씩 보면 모두 물입니다. 열네 점을 나란히 놓으면 물이 열네 가지로 흐릅니다. 어떤 바다는 수평선 없이 가로로 끌린 붓질로 쌓이고, 어떤 바다는 흰 거품이 점의 무리가 되어 솟아오릅니다. 칼로 판 검은 물 위에 배가 모여 선 항구가 있고, 해바라기 꽃판 안에 해변이 통째로 들어앉은 그림도 있습니다. 폭포는 연필 선 몇 줄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으로 충분하고, 눈은 면실의 올로 쌓이기도 하고 사진 위의 흰 점으로 쏟아지기도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산수화를 "산과 강 등의 자연경관을 소재로 그린 동양화"로 풀이합니다. 산수화의 풀이에서 강은 산 곁에 놓입니다.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는 먹으로 그린 동양화와 함께 유채와 아크릴, 목판과 동판, 연필 드로잉, 면실, 사진 위에 얹은 물감으로 물을 다룬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열네 점을 골라, 재료와 시선이 바뀔 때 같은 소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읽습니다. 작품 사이의 비교는 화면에 보이는 구성과 선과 색을 기준으로 합니다.
열네 점 모두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유채와 아크릴의 구분이 낯설다면 서양화 재료·기법 지도를, 목판과 동판은 판화 기법 지도를, 사진 위에 물감을 얹은 작업은 사진 기법 지도를 곁에 두고 읽으시면 좋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산과 꽃과 사람과 도시를 읽은 글은 산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꽃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사람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도시·골목·시장·집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에 있습니다.
물을 그린 옛 그림 — 산수, 폭포, 바다, 눈
작품으로 들어가기 전에, 물을 그린 옛 그림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짧게 짚어 둡니다. 아래 내용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산수화」「관폭도」「진경산수화」「총석정」「설중귀려도」 항목에 기댔습니다.
- 산수화 — 대백과사전은 동양의 산수화가 "자연의 표현인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 대해 지니고 있는 자연관의 반영"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연을 살아 생동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자연관이 반영되어 산수화도 기운생동(氣韻生動)해야 한다는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합니다.
- 관폭도 — 허영환이 집필한 항목은 관폭도를 "문인이 심산유곡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완상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산수인물화"로 정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조선 후기에는 박연폭이나 구룡폭 같은 실경을 바라보는 관폭도도 그렸으며, 실경 관폭도로는 정선의 「박연폭포」, 김홍도의 「비봉폭도」, 이인문의 「수옥정도」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 관동의 바다 — 홍선표가 집필한 「진경산수화」 항목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의 실경 소재 가운데 금강산과 관동 지방, 서울 근교 일대가 가장 많이 다루어졌다고 적습니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총석정은 바다 위에 빽빽이 솟은 돌기둥(叢石) 위에 세운 정자여서 그 이름이 붙었고, 현무암이 오랜 세월 비바람과 파도에 부딪혀 갈리면서 여러 모양의 돌기둥이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항목은 이곳을 찾아 경관을 읊은 이들의 시문과 그림이 전해진다고 덧붙입니다.
- 눈 덮인 산수 — 장계수가 집필한 「설중귀려도」 항목은 김명국이 그린 겨울 산수인물화를 소개합니다. 삼베 바탕에 옅은 수묵으로 그렸고, 눈으로 덮인 각진 산과 집 뒤쪽으로 기울어진 절벽을 분방한 필치로 그렸으며, 화면 아래쪽에는 나귀를 탄 인물과 시동이 길을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관폭도에서는 폭포를 바라보는 사람이 화면에 함께 있습니다. 아래에서 읽을 박생광의 폭포 드로잉에는 바라보는 사람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설중귀려도는 눈 덮인 산 아래에 나귀를 타고 길을 나서는 인물을 그렸고, 아래에서 읽을 눈밭 세 점은 눈을 실과 점과 정밀한 붓질로 각기 다르게 쌓았습니다. 이 설명을 눈에 담아 두면 열네 점에서 무엇이 이어지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더 잘 보입니다.
바다 — 가로 획, 점의 거품, 칼로 판 물결
권순철 〈마산 바다 1〉 — 수평선 없이 쌓인 가로 획

청록과 회청색의 가로 붓질이 화면 전체를 덮습니다. 위쪽에서는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선이 보이지 않고, 옅은 푸른색 위로 분홍과 연노랑이 얇게 스칩니다. 왼쪽 가운데에 검은 배 한 척이 작게 떠 있고, 그 오른쪽으로는 흰 붓질이 짧게 끊어지며 파도 마루처럼 이어집니다. 배의 아래쪽에는 초록과 파랑, 연보라, 노랑이 가로 띠로 겹치고, 오른쪽 아래 구석에 서명이 있습니다.
배가 작은 만큼 바다는 넓어 보입니다. 이 화면에서 물은 윤곽선 없이 붓이 지나간 방향으로만 서 있습니다. 얼굴 연작으로 알려진 화가가 얼굴이 아닌 것을 그릴 때 어떤 화면이 남는지는 권순철 글에서 이 작품과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 60x40cm · 천에 유채 · 2023 · ₩27,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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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 〈Glory_moment#+33〉 — 점으로 일으킨 거품
글머리의 그림입니다. 화면 가운데 위쪽에서 흰 물감이 뭉쳐 올라 구름처럼 번지고, 거기서 멀어질수록 하늘색과 군청, 남색이 차례로 짙어집니다. 표면에는 작은 점과 얼룩이 오돌토돌 돋아 있어 거품이 터지며 흩어지는 순간처럼 보입니다. 아래쪽에서는 검푸른 물감이 소용돌이처럼 감겨 흐릅니다. 앞의 권순철이 붓을 눕혀 가로로 끌었다면 이 화면은 물감을 작은 점으로 흩뿌려 쌓았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제주의 푸른 바다를 경험하고 수십, 수백 장의 드로잉과 드리핑 기법을 이용해 일필휘지로 그려 나간다고 적었습니다. 파도치는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입체적 질감과 파도의 균열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다양한 블루의 심연을 느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연작의 〈Glory_moment#+30〉(작품 보기, ₩3,000,000)은 정사각형 화면에 청록과 하늘색이 섞여 한결 밝게 번집니다. 이 연작이 나온 이야기는 이혜선 글에 있습니다.
- 72.7x91cm · Mixed on canvas · 2025 · ₩7,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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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숙 〈밤바다〉 — 눌러 올린 푸른 물

이 화면에도 수평선이 없습니다. 짙은 파랑이 두껍게 올라 화면 전체를 채우고, 흰색과 하늘색 덩어리가 파도 마루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양옆은 검게 가라앉았고, 그 안쪽에 보랏빛 갈색의 세로 띠가 서서 노란 점이 군데군데 얹혀 있습니다. 물감 표면은 거칠게 일어나 있어 물결의 윤곽이 칠해진 결을 따라 만들어집니다. 권순철이 붓을 가로로 끌어 물을 펼쳤다면 이 화면은 물감을 눌러 올려 물을 쌓았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공포가 가득한 밤바다를 보면서 무거움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물감과 커피찌꺼기를 섞어 표현했다고 적었습니다. 재료란에도 유화와 커피찌꺼기가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작가의 말과 이 그림을 함께 읽으려면 정미숙 글이 있습니다.
- 53x45.5cm · 유화, 커피찌꺼기 · 2024 · ₩2,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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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웅 〈대평포구〉 — 칼로 판 검은 물

판화에서 물은 칼이 남긴 선입니다. 화면 아래 절반은 검은 면이고, 그 위에 파란색 짧은 칼 자국이 물결로 그어져 있습니다. 포구에는 크고 작은 배가 열 척 안팎으로 모였고, 앞쪽의 배 두 척은 선체와 난간이 흰 선과 검은 선으로 선명하게 파여 있습니다. 뒤쪽에는 평평한 정상의 검은 절벽이 가로로 길게 서고, 절벽 면은 수직의 흰 칼선으로 갈라집니다. 하늘은 회색 구름 덩이를 겹쳐 놓은 사이사이로 하늘색 조각이 뚫려 있습니다. 왼쪽에는 등대가, 오른쪽에는 노랑과 흰색과 분홍의 건물과 야자나무가 섭니다.
작가의 작품 설명은 이 포구가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고, 깎아지른 박수기정을 배경으로 포구와 주변의 정겨운 모습을 담았다고 적습니다. 같은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독일 국제목판화협회 싸일런(Xylon)의 70주년 전시에 초대되어 로이틸링엔의 쿤스트미술관과 파르마센스 지역의 알터포스트 미술관에서 전시되었습니다. 앞의 세 점에서 물은 물감이 쌓인 표면이었는데, 여기서는 검은 판 위에 파란 칼날이 지나간 자리가 물이 됩니다. 이 작가의 판화 이력은 홍선웅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 79x51.5cm · 목판 다색 · 2022 · ₩2,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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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미 〈바다해바라기〉 — 꽃판 안에 들어앉은 해변

여기서 바다는 꽃판 안의 타원형 창 속에 들어 있습니다. 노란 꽃잎이 둥글게 둘러싼 안쪽에서 파란 물결이 겹겹이 흐르고, 왼쪽에는 붉은 돛을 단 배가 떠 있으며, 가운데에서는 물고기 한 마리가 낚싯줄에 걸려 물방울을 튀기며 솟구칩니다. 위쪽 먼 곳에는 초록 섬이 앉았고, 오른쪽 바위 위에서는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그 아래 물가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과 자전거를 탄 사람이 있습니다. 아래쪽 모래밭에서는 모래를 파는 사람, 게를 든 사람, 커다란 물고기를 안은 아이, 강아지가 각자 움직입니다. 앞의 네 점에서 바다가 마주 서서 바라보는 쪽이었다면, 이 화면에서는 사람이 들어가 노는 곳입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희망의 해바라기와 씨앗 부분에 생명의 근원이 되는 바다 이야기를 그려 넣었다고 적었습니다. 이 작가의 해바라기 연작은 박향미 글에서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 53x40cm · 광목천에 아크릴 · 2024 · ₩1,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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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드나드는 자리 — 갯벌과 섬
故 손장섭 〈서해 갯벌〉 — 물이 빠져나간 뒤의 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갯벌을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 점토질의 평탄한 땅"으로 정의합니다. 조석의 차이가 클수록 갯벌이 잘 만들어지고, 서해는 조차가 최대 9m에 이를 정도로 크다고 설명합니다. 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땅이니 갯벌을 그리면 물은 눈앞에 없고 물이 지나간 자국만 남습니다.
화면 위쪽은 옅은 푸른 회색 면이고, 왼쪽 위에는 낮은 섬 하나가 먹빛으로 엎드려 있습니다. 그 아래로 어두운 띠가 가로로 지나가고, 띠 아래는 회색과 황토빛이 섞인 땅이 펼쳐집니다. 왼쪽 가장자리의 황토색 땅 위에는 흰 윗옷에 파란 바지를 입은 작은 사람이 서 있습니다. 화면 아래쪽 오른편에는 가늘게 겹쳐 물결치는 흰 줄무늬가 모여 있는데, 대백과사전이 모래갯벌의 표면에 조류와 파랑이 만든 물결 모양의 지형(연흔)이 나타난다고 설명하는 모양을 떠올리게 합니다. 표면에는 주름진 결이 올라와 있어 갯벌의 질감을 닮았습니다.
같은 작가의 〈겨울항구〉(작품 보기, 종이에 유채, 2010, ₩15,000,000)는 하얀 배들이 빼곡히 붙어 선 항구 뒤로 둥근 초록 섬이 앉은 화면입니다. 두 점을 함께 읽는 길은 손장섭 글에 있습니다.
- 64x64cm · 캔버스에 아크릴릭 · 2008 · ₩6,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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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간월암〉 — 그림자로만 남은 바다

한 변 38cm의 정사각형 화면입니다. 바탕은 군청에 가까운 짙은 파랑 한 색이고, 위쪽 가운데에 둥근 달이 흰빛으로 떠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윗면이 둥글게 부푼 검은 섬이 낮게 앉았고, 섬 한가운데에 한자 세 글자와 노란 불빛 하나가 있습니다. 섬 바로 아래로 가는 선이 그어져 수면이 되고, 그 아래에 섬의 그림자와 불빛이 거꾸로 비칩니다. 물은 하늘과 같은 파란색이어서 선 한 줄과 거꾸로 선 그림자로만 드러납니다.
대백과사전의 「간월도」 항목은 간월도가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에 있는 천수만 안의 섬이었고 서산 A·B지구 간척 사업으로 1984년에 육지와 연결되었다고 적습니다. 인근의 간월암은 육계도로 남아 있다고 하는데, 항목의 주석은 육계도를 "뭍과 잘록하게 이어진 모래섬"이라고 풀이합니다. 이름의 한자 看月庵에는 달 월(月) 자가 들어 있습니다. 앞의 손장섭이 물이 빠진 땅을 가득 채웠다면 이 화면은 땅 한 덩이를 푸른 공백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이 작가가 장소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이종구 글에서 이어집니다.
- 38x38cm · 캔버스에 아크릴릭 · 2010 · ₩5,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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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쓴 물 — 故 박생광의 폭포와 강
다음 세 점은 모두 연필 선으로 그린 화면입니다. 대백과사전은 박생광이 진주 출신이고, 광복이 되자 고향인 진주로 내려가 작품 활동을 했다고 적습니다. 오방색 채색화로 알려진 화가의 작품 71점이 씨앗페에 들어왔고, 대부분 종이에 연필로 그린 드로잉입니다. 그 전체는 박생광 글에서 계열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물을 그린 것만 골랐습니다.
故 박생광 〈천제연〉 — 한 줄로 내려오는 폭포

세로로 긴 종이 한가운데를 가는 선 두 줄이 위에서 아래까지 곧게 내려옵니다. 폭포의 물줄기입니다. 줄기 양옆의 절벽은 빗금과 꺾인 선으로 채워 바위의 결이 생겼고, 위쪽에는 소나무로 보이는 가지가 얹혀 있습니다. 아래쪽 연못가에는 모난 바위들이 쌓여 있고, 오른쪽 아래에 한자로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대백과사전은 천제연폭포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고, 중문천 하류에 발달한 세 개의 폭포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제1단 폭포의 높이는 22m이고, 한라산에 큰비가 내려야만 물이 흘러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항목은 천제연이라는 이름이 옥황상제를 모시는 일곱 선녀가 밤중에 내려와 목욕하던 연못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전합니다. 〈천제연〉은 물줄기를 두 줄의 선으로 줄여 낸 화면입니다.
- 20x28.5cm · 1956년01월 · ₩3,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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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생광 〈중문폭포〉 — 갈래지어 떨어지는 물

앞의 폭포가 한 줄로 서 있었다면 이 폭포는 갈래가 여럿입니다. 위쪽에는 나무의 윤곽이 구불구불하게 얹혀 있고, 그 아래 바위 턱에서 세로 선 묶음이 두세 갈래로 흘러내립니다. 왼쪽 묶음은 위쪽에 고리 모양 선이 말려 있고, 가운데 묶음은 길게 이어져 아래 물웅덩이에 닿습니다. 웅덩이 가장자리에서는 가로 선 몇 줄이 퍼져 수면이 됩니다. 오른쪽 아래에 한자로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관폭도에는 폭포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화면에는 바라보는 사람이 없고, 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선의 길이와 간격으로만 남았습니다. 같은 제주에서 1956년 1월에 그린 〈중문 계곡〉(작품 보기, 종이에 연필과 색연필, ₩2,000,000)은 사정이 다릅니다. 붉은 색연필의 지그재그가 화면을 덮고, 파란 색연필은 아래쪽 물가에 몇 조각만 얹혔습니다.
- 19.6x28.2cm · 종이에 연필 · 확인 중 · ₩2,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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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생광 〈진주 남강 풍경〉 — 수면을 비워 둔 강

폭포 두 점이 물을 선으로 쓴 그림이라면 이 강은 선으로 비워 둔 그림입니다. 위쪽 언덕에는 기와지붕을 얹은 누각과 문과 석축이 서 있고, 앙상한 나무들이 그 곁에 드문드문 있습니다. 바위 절벽은 가는 면으로 쪼개져 강가까지 내려옵니다. 강 한가운데는 비어 있습니다. 가로로 그은 가는 선 몇 줄과 건너편 언덕이 비친 그림자가 수면의 전부이고, 작은 새 같은 형상이 하나 있습니다. 화면 아래쪽 물가에는 웅크리고 앉은 사람들이 두 무리로 모여 있고, 오른쪽 아래에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대백과사전은 남강이 진주 시가지의 중심부를 지난다고 적습니다. 이듬해 11월에 그린 〈진주 문산〉(작품 보기, 종이에 연필, 1952년11월02일, ₩2,000,000)에서는 냇가에 쭈그려 앉아 빨래하는 사람 넷과 오리들이 물가를 채웁니다. 두 화면 모두 물보다 물가의 사람이 더 촘촘합니다.
- 26.6x20.5cm · 종이에 연필 · 1951년12월18일 · ₩2,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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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리는 물 — 눈과 비
홍진희 〈눈밭01〉 — 실의 올로 쌓은 눈

하늘은 거의 흰 한 면으로 비어 있고, 그 아래에 덤불 세 덩어리가 이어집니다. 덩어리마다 회색과 흰색 실이 고리 모양으로 감겨 겹치고, 그 사이로 검은 선이 가는 가지를 세웁니다. 눈 덮인 가지가 소복하게 부푼 모양이 실의 올 하나하나로 만들어집니다. 덤불 아래 비탈은 거의 흰 한 면으로 이어지고, 왼쪽 가장자리에 붉은 서명이 있습니다. 앞에서 읽은 대백과사전의 「설중귀려도」가 옅은 수묵으로 눈 덮인 산을 그렸다면, 이 눈밭은 실로 눈의 부피를 올렸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수천, 수만 번의 씨실과 날실이 교차되어 천이 되듯이 수십 번의 실이 층층이 쌓여 숲이 완성된다고 적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동양화 같기도 수채화 같기도 하지만 가까이 가면 쌓인 실이 품은 공기층과 입체감이 보인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같은 해의 〈눈밭02〉(작품 보기, ₩1,500,000)는 눈을 인 나무가 빽빽이 줄지어 서고 오른쪽에 흰 길이 열린 화면입니다. 이 작가가 실로 사계절을 넘기는 방식은 홍진희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 52x42cm · cotton thread on korean paper · 2024 · ₩1,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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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 〈자은도 면전리 팽나무〉 — 사진 위에 그려 넣은 눈보라

화면 대부분이 검은 어둠입니다. 한가운데에 팽나무가 가지를 사방으로 펼쳐 창백한 연노랑과 초록빛으로 떠오르고, 나무 뒤로는 회색 빛이 둥글게 번집니다. 그 위로 흰 점과 짧은 선이 비스듬히 화면 전체를 흩날립니다. 눈은 나무 앞에도 뒤에도 있어서 나무가 눈 속에 서 있다는 느낌이 먼저 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이 작품이 신안신목 시리즈의 사진화이며, 장시간 노출 사진에 담을 수 없었던 눈보라를 그림으로 그렸다고 적었습니다. 사진이지만 회화처럼 에디션이 없는 '유일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재료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와 아크릴 물감이 함께 올라 있는 이유입니다. 앞의 홍진희가 눈을 실로 쌓았다면 이 작품은 사진이 기록한 나무 위에 눈을 손으로 얹었습니다. 이 작가의 나무 사진은 이열 글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 138x94cm · Hahnemühle Baryta FB, pigment ink-jet print & acrylic paint · 2025 · ₩6,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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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학 〈바람과 빛-133〉 — 눈 쌓인 길 위의 사람 둘

앞의 두 점이 눈을 손으로 지어냈다면 이 화면은 눈이 쌓인 길을 사진처럼 정밀하게 따라갑니다. 화면 아래쪽에는 눈 위에 바큇자국이 어지럽게 얽혀 있고, 왼쪽에는 흰 차 두 대가, 가운데에는 짐차 한 대가 서 있습니다. 짐차 곁에는 사람 둘이 있고, 한 사람은 검은 우산을 펼쳤습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전선과 전신주, 양옆의 앙상한 나뭇가지, 멀리 눈 덮인 들판과 집 몇 채가 뒤를 받치고, 오른쪽에는 노란 표지판이 작게 보입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차가운 바람을 타고 밤사이 내린 눈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고 씁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너른 들판에 펼쳐진 하얀 세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고달픈 현실의 욕망과 꿈과 희망에 대한 미련이 눈 덮인 세상 속에 묻힌다고도 적었습니다. 같은 연작의 〈바람과 빛-127〉(작품 보기, 캔버스에 유화, 2025, ₩3,500,000)은 눈 쌓인 길 양옆에 차와 전신주가 줄지어 선 골목을 그렸습니다. 이 작가의 풍경은 김규학 글에서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 117x80cm · 캔버스에 유화 · 2024 · ₩4,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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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여우비:붉은길〉 — 제목에만 있는 비

표준국어대사전은 여우비를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로 풀이합니다. 제목에 비가 있는데 화면에는 빗방울도 하늘의 모양도 보이지 않습니다. 흰 종이 위에 붉은 선이 위쪽에서 오른쪽 아래로 길게 사선을 긋고, 위쪽에는 가로로 놓인 붉은 선 두 가닥이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옅은 붉은 띠가 세로로 번져 있고, 검은 가는 선이 화면 가운데 오른쪽을 따라 내려오다 아래에서 가로로 휘며, 오른쪽에는 검은 빗금이 뭉쳐 있습니다. 앞의 눈 세 점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을 직접 그렸다면 이 동판화는 선과 번짐의 층만 남겼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이번 작업을 "지나간 시간을 통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바라보는 일"이라 부르고, "예측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기 위한 하나의 바램"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연작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이종철 글에 있습니다.
- 26.5x37.5cm · Etching, Aquatint on paper(Arches) · ₩8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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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 작품 | 바탕과 재료 | 물의 모습 | 색 |
|---|---|---|---|
| 권순철 〈마산 바다 1〉 | 천, 유채 | 수평선 없이 가로 획으로 쌓인 바다, 작은 배 하나 | 청록·회청색, 분홍과 노랑의 스침 |
| 이혜선 〈Glory_moment#+33〉 | 캔버스, 혼합재료 | 점과 얼룩으로 솟는 흰 거품 | 흰색에서 하늘색·군청·남색 |
| 정미숙 〈밤바다〉 | 유화, 커피찌꺼기 | 눌러 올린 두꺼운 물, 양옆은 검게 가라앉음 | 짙은 파랑, 보랏빛 갈색, 노란 점 |
| 홍선웅 〈대평포구〉 | 목판 다색 | 검은 면 위의 파란 칼 자국, 모여 선 배 | 검정·회색·하늘색, 노랑과 분홍 |
| 박향미 〈바다해바라기〉 | 광목천, 아크릴 | 꽃판 안의 타원형 바다, 그 안에서 노는 사람들 | 파랑·노랑·붉은 돛 |
| 故 손장섭 〈서해 갯벌〉 | 캔버스, 아크릴릭 | 물이 빠진 갯벌의 결, 아래쪽의 물결무늬 | 푸른 회색·황토 |
| 이종구 〈간월암〉 | 캔버스, 아크릴릭 | 선 한 줄과 거꾸로 비친 그림자로 남은 수면 | 군청 한 색, 흰 달, 노란 불빛 |
| 故 박생광 〈천제연〉 | 연필 | 가는 선 두 줄로 곧게 내려오는 폭포 | 종이 바탕과 연필 선 |
| 故 박생광 〈중문폭포〉 | 종이, 연필 | 두세 갈래의 세로 선 묶음으로 떨어지는 폭포 | 종이 바탕과 연필 선 |
| 故 박생광 〈진주 남강 풍경〉 | 종이, 연필 | 가는 가로 선과 비친 그림자뿐인 강, 물가의 사람들 | 종이 바탕과 연필 선 |
| 홍진희 〈눈밭01〉 | 한지, 면실 | 실의 고리로 쌓은 눈 덮인 덤불 | 흰색·회색·검정 |
| 이열 〈자은도 면전리 팽나무〉 | Baryta 용지,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와 아크릴 | 사진 위에 그려 넣은 흩날리는 눈 | 검정, 창백한 연노랑, 흰색 |
| 김규학 〈바람과 빛-133〉 | 캔버스, 유화 | 바큇자국이 얽힌 눈길을 정밀하게 따라간 눈 | 흰색과 회색, 검정, 노란 표지판 |
| 이종철 〈여우비:붉은길〉 | 종이(Arches), 에칭·아쿼틴트 | 비는 제목에만 있고 선과 번짐의 층이 화면을 차지함 | 흰 종이, 붉은색, 검정 |
표를 세로로 읽으면 재료가 물의 모습을 정하는 방식이 보입니다. 유채와 아크릴은 붓을 끌고 점을 찍고 눌러 올려 바다를 쌓았고, 목판은 검은 면 위에 칼날의 자국으로 물결을 새겼습니다. 연필은 선의 길이와 간격으로 폭포의 속도를 남겼고, 면실은 눈의 부피를 올렸으며, 사진은 기록한 나무 위에 눈보라를 손으로 얹었습니다. 물 곁에는 작은 것들도 하나씩 놓였습니다. 권순철의 배 한 척, 손장섭의 갯벌 위 사람, 박향미의 물고기와 아이들, 이종구의 노란 불빛, 김규학의 우산이 그렇습니다. 이 작은 것들 덕분에 물의 크기가 가늠됩니다.
열네 점 앞에서 먼저 볼 것
- 물이 선인가, 점인가, 면인가. 박생광은 선으로, 이혜선은 점으로, 홍선웅은 칼 면으로, 정미숙은 두꺼운 물감 덩어리로 물을 세웁니다.
- 물이 직접 그려졌는가, 비친 그림자로 남았는가. 이종구의 바다는 선 한 줄과 거꾸로 선 섬의 그림자로, 박생광의 남강은 가는 가로 선과 건너편 언덕의 그림자로 드러납니다.
- 수평선이 있는가. 권순철과 정미숙의 바다에는 하늘과 물을 가르는 선이 없고, 손장섭의 갯벌에는 어두운 띠가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 물가에 사람이 있는가. 박향미의 해변, 손장섭의 갯벌, 박생광의 남강, 김규학의 눈길에는 사람이 있고, 박생광의 폭포 두 점에는 바라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 눈과 비를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홍진희는 실의 올로, 이열은 사진 위의 흰 점으로, 김규학은 정밀한 붓질로 눈을 쌓았고, 이종철은 비를 제목에만 두었습니다.
작품을 걸 자리를 고르는 요령은 미술품 보관과 관리에 정리해 두었고, 여러 화가의 회화를 한꺼번에 읽고 싶다면 씨앗페의 회화로 이어집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함께한 연대자들이고, 상설 온라인 갤러리 작품의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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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산수화란 무엇인가요? A.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산수화를 "산과 강 등의 자연경관을 소재로 그린 동양화"로 정의합니다. 동양의 산수화는 자연의 표현이면서 인간이 자연에 대해 지닌 자연관의 반영이라고 설명합니다.
Q. 관폭도는 어떤 그림인가요? A. 대백과사전은 문인이 심산유곡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완상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산수인물화라고 풀이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조선 후기에는 박연폭과 구룡폭 같은 실경을 바라보는 관폭도도 그렸다고 합니다.
Q. 갯벌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A. 대백과사전은 갯벌을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 점토질의 평탄한 땅으로 정의합니다. 조류가 운반한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지형이고, 조석의 차이가 클수록 갯벌이 잘 만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서해는 조차가 최대 9m에 이를 정도로 크다고 합니다. 씨앗페에서는 故 손장섭의 〈서해 갯벌〉이 이 땅의 결을 그렸습니다.
Q. 천제연폭포는 어떤 폭포인가요? A. 대백과사전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천 하류에 발달한 세 개의 폭포로 소개합니다. 제1단 폭포는 높이 22m이고 한라산에 큰비가 내려야만 물이 흘러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주 천제연 난대림」 항목도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아 절벽 앞에 깊은 연못이 있을 뿐이고 장마철에는 높이 22m의 웅장한 폭포로 변한다고 적습니다. 故 박생광의 〈천제연〉이 이 이름의 폭포를 연필로 그렸습니다.
Q. 간월암은 어디에 있나요? A. 대백과사전의 「간월도」 항목에 따르면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천수만 안에 있는 섬이 간월도이고, 서산 A·B지구 간척 사업으로 1984년에 육지와 연결되었습니다. 인근의 간월암은 육계도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종구의 〈간월암〉은 간월암이 앉은 섬을 달빛 아래 푸른 화면에 담았습니다.
Q. 여우비는 어떤 비인가요? A. 표준국어대사전은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로 풀이합니다. 씨앗페에서는 이종철의 동판화 〈여우비:붉은길〉이 이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Q. 이열의 〈자은도 면전리 팽나무〉는 사진인가요, 그림인가요? A.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신안신목 시리즈의 사진화이며, 장시간 노출 사진에 담을 수 없었던 눈보라를 그림으로 그렸다고 적습니다. 에디션이 없는 유일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재료는 Hahnemühle Baryta FB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와 아크릴 물감입니다. 사진의 종류는 사진 기법 지도에 정리돼 있습니다.
Q.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서 지금 만날 수 있는 물 그림은 무엇인가요? A. 이 글에 소개한 열네 점 모두입니다. 권순철 〈마산 바다 1〉, 이혜선 〈Glory_moment#+33〉, 정미숙 〈밤바다〉, 홍선웅 〈대평포구〉, 박향미 〈바다해바라기〉, 故 손장섭 〈서해 갯벌〉, 이종구 〈간월암〉, 故 박생광 〈천제연〉·〈중문폭포〉·〈진주 남강 풍경〉, 홍진희 〈눈밭01〉, 이열 〈자은도 면전리 팽나무〉, 김규학 〈바람과 빛-133〉, 이종철 〈여우비:붉은길〉입니다.
Q. 박생광의 드로잉을 더 읽을 글이 있나요? A. 박생광 — 오방색이 오기 전, 연필이 먼저 지나간 자리에서 진주와 제주와 인도로 이어지는 작품 71점을 계열별로 다룹니다.
참고한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 산수화, 관폭도(허영환), 진경산수화(홍선표), 총석정(김영애), 설중귀려도(장계수), 갯벌(서종철), 간월도(장동호), 서산 간월암 목조 보살 좌상, 천제연폭포(강만익), 제주 천제연 난대림(이창복), 남강(탁한명), 박생광(이경성)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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