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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 좋은 얼굴을 찾아 파리까지 간 화가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17일 · 씨앗페

1944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1989년 파리로 건너간 뒤에도 그는 한국인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두꺼운 마티에르와 거친 붓질로 쌓아 올린 '얼굴'과 '넋' 연작, 그리고 씨앗페 출품작 세 점을 안내합니다.

권순철 — 좋은 얼굴을 찾아 파리까지 간 화가

권순철, 〈얼굴〉, 53x65cm — 화업의 중심에 놓인 '얼굴' 연작의 1998년 작업
권순철, 〈얼굴〉, 53x65cm — 화업의 중심에 놓인 '얼굴' 연작의 1998년 작업

권순철이 무엇을 그리는지는 그의 말로 요약됩니다.

"세월이 쌓인 노인들의 얼굴이 좋다. 그 얼굴들은 고난을 겪고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가 다 들어 있는 얼굴들이다. 그들은 좋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 절망을 이겨낸 선한 얼굴들이다. 이런 좋은 얼굴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 월간미술 (글: 강성원)

'좋은 얼굴'. 미술에서 흔히 쓰는 말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얼굴도, 인상적인 얼굴도 아니고 좋은 얼굴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좋음의 기준은 생김새가 아니라 무엇을 통과했는가입니다.

이 화가는 1989년 1월 프랑스로 건너갔습니다. 파리에 자리를 잡은 뒤에도 그가 그린 것은 한국인의 얼굴이었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세 점 가운데 한 점의 제목은 그냥 〈얼굴〉입니다.

창원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파리로

권순철은 1944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81년 서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서른일곱의 일입니다. 그리고 1989년 1월, 그는 프랑스로 이주합니다. 마흔다섯이었습니다.

1992년에는 제4회 이중섭미술상을 받았습니다. 프랑스로 건너간 지 3년 만입니다. 파리에 있으면서 한국의 미술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 작가의 위치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한국을 떠난 것이 아니라 두 곳을 오가며 작업해왔습니다. 프랑스로 간 뒤에도 경기도 양주시 장흥의 가나아트파크에서 작업을 이어왔고, 파리와 한국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프랑스의 재불 작가 모임 '소나무회'에도 참여했습니다.

2026년에는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초대전 〈응시, 형상 너머〉가 열렸습니다. 2026년 2월 6일 개막해 3월 29일까지 이어졌습니다. 1944년생 화가의 2026년 전시이니, 화업이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는 뜻입니다.

이력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배우고 파리로 옮겨가, 그 전부의 시간 동안 한국인의 얼굴을 그렸다. 장소는 세 번 바뀌었지만 대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일관성은 흔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자리가 바뀌면 그리는 것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작업의 문법 — 얼굴과 넋

권순철의 화업을 관통하는 두 단어는 '얼굴'과 '넋'입니다. 한국인의 얼굴, 주로 노인의 얼굴을 두꺼운 마티에르와 거친 붓질로 그리는 것이 이 작가의 중심 주제입니다.

왜 노인인가에 대한 답은 앞에서 읽은 말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세월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같은 이야기를 다른 자리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좋은 얼굴은 노인이어도 많은 사람 중에서도 좌중을 압도한다. 위엄이 있고, 열심히 살아온 흔적들이 묻어 있으며 극복의 힘과 내면의 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 연합뉴스(박의래 기자), 2026년 2월 8일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인의 얼굴이 왜 특별한지도 설명합니다.

"한국인의 얼굴엔 중국, 일본 사람과 달리 고난과 상흔, 투쟁을 견뎌낸 역사와 정신이 묻어 있다" — 연합뉴스(박의래 기자), 2026년 2월 8일

여기서 '얼굴'과 '넋'이 왜 한 쌍인지가 드러납니다. 얼굴은 겉이고 넋은 속이지만, 그가 보기에 겉은 속이 오래 새겨진 결과입니다. 고난과 상흔과 투쟁을 견딘 정신이 피부 위로 올라온 것이 얼굴입니다. 그래서 두꺼운 마티에르라는 기법도 우연한 취향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물감을 얇게 펴 바르는 대신 층층이 쌓는 방식은, 세월이 얼굴에 쌓이는 방식과 같은 원리입니다.

미술비평가 다프네 낭 르 세르정(파리 8대학 부교수)은 그의 얼굴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권순철 작품의 얼굴은 개성의 상징이 아니라 노력, 시간, 역사의 흔적을 새기기 위한 표면" — 경남도민일보(우귀화 기자), 2015년 1월 23일

개성의 상징이 아니라 흔적을 새기기 위한 표면. 초상화의 통상적 목적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게 하는 것이라면, 권순철의 얼굴은 반대쪽을 향합니다. 누구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겪었는지를 보게 합니다.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권순철의 작업은 얼굴을 그리되 얼굴로만 남지 않습니다. 한 작품의 제목이 붙은 경위를 그는 직접 설명했습니다.

"얼굴을 그렸다가 태우고 색을 칠했더니 추상인데 그 안에 얼굴처럼 보이기도 해서 이렇게 제목을 지었다" — 연합뉴스(박의래 기자), 2026년 2월 8일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많은 작가가 구상과 추상 중에 한 작업만 하는데 젊어서부터 이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 연합뉴스(박의래 기자), 2026년 2월 8일

한국 미술에서 구상과 추상은 오랫동안 진영의 문제였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곧 어느 흐름에 속하느냐를 뜻했습니다. 권순철은 젊어서부터 그 구분이 필요 없다고 여겼다고 말합니다. 얼굴을 그리고, 태우고, 다시 칠하면 그 결과는 추상인데 얼굴처럼 보입니다. 그리는 과정 자체가 두 범주를 오갑니다.

그린다는 일이 그에게 어떤 무게인지도 남아 있습니다.

"고통받은 이들을 주로 그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힘이 든다. 하지만 표현이 잘 되면 내가 그래도 이들의 넋을 위로해 줬구나, 한풀이를 해줬다고 하는 마음이 들어서 편안해진다" — 연합뉴스(박의래 기자), 2026년 2월 8일

'한풀이'라는 말을 자기 작업의 목적으로 꺼내는 화가는 많지 않습니다. 그림이 대상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대상을 위로하는 일이라는 뜻이고, '넋' 연작이라는 제목이 은유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의 문장에서 하나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그리는 사람이 힘들다고 말한 대목입니다. 고통받은 이들을 그리면 몸도 마음도 힘들다는 것은, 그리는 동안 대상의 상태를 어느 정도 겪는다는 뜻입니다. 얼굴을 표면으로 다루면서도 그 표면을 남의 일로 두지 않는 태도가 여기 있습니다. 두껍게 쌓인 물감은 그 시간의 부피이기도 합니다.

씨앗페 출품작 세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권순철의 작품은 세 점입니다. 1998년, 2022년, 2023년. 25년의 간격을 둔 세 점이고, 주제도 셋이 다릅니다. 하나는 얼굴, 둘은 얼굴 바깥의 대상입니다. 화면 크기는 모두 40~65cm 사이로, 서재나 거실 벽 한 면에 걸 수 있는 규모입니다.

〈얼굴〉 — 1998년, 53x65cm

제목이 곧 연작의 이름입니다. 세 점 가운데 가장 이른 작업이고, 이 작가의 화업 중심을 그대로 가리키는 한 점입니다. 앞에서 읽은 말들 — 좋은 얼굴, 역사가 다 들어 있는 얼굴, 흔적을 새기기 위한 표면 — 이 전부 이 제목 위에 얹힙니다. 권순철을 한 점으로 들이려는 분께 권합니다.

권순철, 〈얼굴〉, 1998, 53x65cm, ₩30,000,000
권순철, 〈얼굴〉, 1998, 53x65cm, ₩30,000,000

〈호두의 꿈〉 — 2022년, 천에 유채, 45x53cm

세 점 가운데 가장 작은 화면입니다. 45x53cm. 천에 유채로, 최근 작업에 속합니다. 제목에 '꿈'이 들어간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얼굴과 넋을 그려온 화가의 화면에 꿈이라는 단어가 올라옵니다.

권순철, 〈호두의 꿈〉, 천에 유채, 45x53cm, ₩25,000,000
권순철, 〈호두의 꿈〉, 천에 유채, 45x53cm, ₩25,000,000

〈마산 바다 1〉 — 2023년, 천에 유채, 60x40cm

세 점 가운데 가장 최근작입니다. 제목이 지명을 그대로 불러옵니다.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난 화가의 화면에 경남의 바다가 제목으로 올라왔습니다. '1'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는 점도 기록해 둘 만합니다. 이 작가가 연작으로 작업해온 방식이 제목에 드러납니다.

권순철, 〈마산 바다 1〉, 천에 유채, 60x40cm, ₩27,000,000
권순철, 〈마산 바다 1〉, 천에 유채, 60x40cm, ₩27,000,000

세 점의 제작 연도를 나란히 놓으면 1998년과 2022년, 2023년입니다. 앞의 한 점과 뒤의 두 점 사이에 24년이 비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이 화가는 파리와 한국을 계속 오갔고,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2022년과 2023년의 화면을 내놓았습니다. 세 점을 함께 보는 일은 그 간격을 한눈에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1998년의 〈얼굴〉이 연작의 이름을 그대로 단 정면의 작업이라면, 뒤의 두 점은 같은 손이 다른 대상 앞에 섰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줍니다.

세 점을 나란히 놓으면 얼굴 하나와 얼굴 아닌 것 둘입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같은 손이 쌓은 표면이니, 값보다 주제와 크기로 고르시길 권합니다. 권순철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미술사에서의 자리

권순철의 자리를 정하는 첫 좌표는 1992년 제4회 이중섭미술상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좌표는 1989년 파리 이주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놓으면 이 작가의 특징이 보입니다. 1980~90년대에 한국 작가가 파리로 건너가는 일은 드물지 않았지만, 그중 상당수는 현지의 조형 언어를 흡수하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권순철은 파리에 있으면서 한국인의 얼굴을 계속 그렸습니다. 재불 작가 모임 '소나무회'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옮겨간 자리에서 두고 온 것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그의 얼굴은 파리의 비평가에게 "개성의 상징이 아니라 노력, 시간, 역사의 흔적을 새기기 위한 표면"으로 읽혔습니다. 특정 국적의 얼굴을 그렸는데 국적을 넘어 읽힌 셈입니다. 얼굴을 개성의 표지가 아니라 시간이 새겨지는 표면으로 다루는 한, 그 시간이 한국의 것이든 다른 곳의 것이든 화면이 하는 일은 같기 때문입니다.

2026년 김종영미술관의 초대전 제목이 〈응시, 형상 너머〉였다는 점도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응시하되 형상 너머를 본다. 얼굴을 그리되 얼굴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권순철이 씨앗페에 세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고통받은 이들을 주로 그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힘이 든다"고 말한 화가가 이 구조에 참여했다는 사실에는 따로 붙일 설명이 없어 보입니다. 그가 그려온 얼굴들이 무엇을 견딘 얼굴이었는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권순철을 처음 만나는 분께는 〈얼굴〉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제목이 가장 단순한 그림이 이 작가의 50년을 가장 정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다음 〈호두의 꿈〉과 〈마산 바다 1〉로 넘어가면, 얼굴을 그리던 손이 얼굴이 아닌 것을 그릴 때 무엇이 남는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순철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세 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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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권순철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44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난 화가입니다.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1981년 서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1989년 1월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해왔습니다. 한국인의 얼굴(주로 노인)과 넋을 두꺼운 마티에르와 거친 붓질로 그리는 '얼굴'·'넋' 연작이 화업의 중심입니다.

Q. 왜 노인의 얼굴을 그리나요? A. 본인은 "세월이 쌓인 노인들의 얼굴이 좋다. 그 얼굴들은 고난을 겪고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가 다 들어 있는 얼굴들이다"(월간미술)라고 밝혔습니다. 또 "좋은 얼굴은 노인이어도 많은 사람 중에서도 좌중을 압도한다"(연합뉴스, 2026년 2월 8일)고도 말했습니다.

Q. 구상 작가인가요, 추상 작가인가요? A. 본인은 "많은 작가가 구상과 추상 중에 한 작업만 하는데 젊어서부터 이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연합뉴스, 2026년 2월 8일)고 밝혔습니다. 얼굴을 그린 뒤 태우고 다시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추상과 형상이 함께 남는다고 설명합니다.

Q. 수상 이력과 최근 전시는? A. 1992년 제4회 이중섭미술상을 받았습니다. 2026년에는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초대전 〈응시, 형상 너머〉가 2월 6일부터 3월 29일까지 열렸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권순철 작품은 몇 점이고 어떤 것인가요? A. 세 점입니다. 〈얼굴〉(1998, 53x65cm, ₩30,000,000), 〈호두의 꿈〉(2022, 천에 유채, 45x53cm, ₩25,000,000), 〈마산 바다 1〉(2023, 천에 유채, 60x40cm, ₩27,000,000)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Q. 권순철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권순철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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