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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 목판에 새긴 얼굴을 거리에 붙이다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17일 · 씨앗페

김수영과 전태일과 김민기의 얼굴을 목판에 새기고, 그 판화를 사람이 북적이는 골목에 벽보처럼 붙인다. 판화를 전시장에서 거리로 옮겨놓은 목판화가 이태호의 작업을 읽습니다.

이태호 — 목판에 새긴 얼굴을 거리에 붙이다

이태호, 〈불꽃 청년 전태일〉, 다색 판화, 39x39cm — 목판에 새긴 얼굴을 거리에 붙여온 작가의 2020년작
이태호, 〈불꽃 청년 전태일〉, 다색 판화, 39x39cm — 목판에 새긴 얼굴을 거리에 붙여온 작가의 2020년작

2020년 7월 6일, 한겨레가 서울 북촌의 한 골목을 취재했습니다. 기사에 담긴 장면은 전시 개막식도 작업실 인터뷰도 아니었습니다. 한 작가가 한지에 찍은 판화를 들고 나와 골목 벽에 벽보처럼 붙이고 있었고, 그 종이에는 시인 김수영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목판화가 이태호의 작업은 이 장면 하나로 거의 다 설명됩니다. 얼굴을 목판에 새기고, 한지에 찍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자리에 붙이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판화가 액자에 들어가 벽에 걸리는 대신 벽 자체가 되는 방식입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그의 작품은 세 점입니다. 〈불꽃 청년 전태일〉(2020), 〈김민기 - 긴 밤 지새우고〉(2021), 〈푸른 김수영〉(2020). 제목에 사람 이름이 셋 들어 있습니다. 시인 한 사람, 노동자 한 사람, 노래를 만든 사람 한 사람입니다.

⚠ 이 글의 이태호는 목판화가 이태호입니다. 조선 회화사를 연구해온 미술사학자 이태호(명지대)와는 동명이인이며,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벽에 붙이기 위해 새긴다

판화는 원래 복수(複數)의 매체입니다. 한 판에서 여러 장이 나오고, 그래서 더 멀리 갑니다. 한 점밖에 없는 그림은 소장자의 벽에 걸리지만, 여러 장 찍히는 판화는 뿌려질 수 있습니다.

이태호는 그 성질을 은유로 두지 않고 문자 그대로 실행합니다. 경향신문(2021년 5월 11일)과 한겨레(2020년 7월 6일)가 각각 취재한 그의 작업은, 찍은 판화를 실제로 거리와 골목에 붙이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전시장 안에서 완결되는 작품이 아니라 바깥에 나가 붙었다가 비에 젖고 찢기고 덧붙여지는 종이입니다. 씨앗페 작가 소개는 이 시도를 "판화를 전시장 안의 표현 매체에서 거리의 소통 매체로 옮겨놓으려는" 작업으로 정리합니다.

새기는 대상도 그 방식과 짝이 맞습니다. 김수영은 시로, 전태일은 자기 몸으로, 김민기는 노래로 각자 자기 시대에 말을 건넨 사람들입니다. 말을 건넸던 사람의 얼굴을 다시 말이 오가는 자리에 붙이는 것이니, 소재와 장소가 한 방향을 봅니다.

목판화는 칼이 지나간 자리와 남은 자리로만 형상을 만드는 매체입니다. 중간이 없고 물러설 여지가 적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일요서울(2021년 5월 3일)이 공통으로 그를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민중미술 계열의 목판화가로 소개하는 것은 소재 때문만이 아니라 이 방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 현대 판화의 지형에서 목판화가 차지하는 자리를 함께 읽으면, 이태호의 선택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한 계보의 문법이라는 점이 보입니다.

2020년과 2021년, 두 해의 기록

이태호의 이름이 언론에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2020년과 2021년입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세 점의 제작 연도와 정확히 겹칩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방역·의료진의 얼굴을 한지에 새긴 판화 작업을 내놓았습니다. 한겨레는 이 작업을 「그대의 헌신, 우리의 감사」라는 제목으로, 이듬해 서울 나무화랑 《말하고 싶다》전 출품을 보도한 경기신문(2021년 1월 24일)은 「그대의 헌신에 감사」라는 제목으로 전합니다. 두 기사의 표기가 달라 정본 제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같은 시기 같은 소재를 다룬 작업인 것은 두 기사가 함께 가리킵니다. 옛 시인과 옛 노동자를 새기던 칼이 그해에는 방금 퇴근한 사람의 얼굴로 향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경기신문 기사가 《말하고 싶다》전 출품작으로 전하는 또 한 점이 「불꽃 청년 전태일」(다색 판화, 2020)입니다. 전태일이 외친 근로기준법 준수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소개됐고, 이 작품이 지금 씨앗페에 나와 있습니다.

2021년 5월에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나무, 그림이 되다》에 참여합니다. 일요서울과 경향신문이 함께 보도한 이 전시에서 그는 '사람' 테마관에 인물사와 비판적 사실주의를 다룬 목판화를 냈습니다. 전시 기간은 2021년 5월 4일부터 30일까지였습니다.

한 달 뒤인 2021년 6월에는 《김민기, 아침이슬 50년》에 참여합니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김민기헌정사업추진위원회가 주관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2021년 6월 1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전시입니다. 그가 낸 작품이 목판화 〈긴 밤 지새우고〉였습니다. 뉴시스(2021년 6월 4일)는 작품 이미지 캡션에 "이태호 '긴 밤 지새우고', 목판 한지, 2021"이라고 적었습니다. 김민기의 예술에 영향을 받은 스무 명의 작가가 함께한 자리였고, 박재동·김보중·박영균·이원석이 그 명단에 있었습니다.

두 해 사이에 그가 새긴 얼굴을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시인, 노동자, 의료진, 노래하는 사람.

씨앗페 출품작 세 점 읽기

세 점 모두 판화이고, 모두 2020~2021년 작업입니다. 앞에서 따라온 두 해가 그대로 들어와 있습니다.

〈불꽃 청년 전태일〉 — 2020년, 다색 판화, 39x39cm

경기신문이 2021년 나무화랑 《말하고 싶다》전 출품작으로 보도한 바로 그 작품입니다. 한 변 39cm의 정사각형이고, 세 점 가운데 유일하게 매체가 '다색 판화'로 기재돼 있습니다.

이태호, 〈불꽃 청년 전태일〉, 다색 판화, 39x39cm, ₩2,000,000
이태호, 〈불꽃 청년 전태일〉, 다색 판화, 39x39cm, ₩2,000,000

〈김민기 - 긴 밤 지새우고〉 — 2021년, 판화, 39.5x64cm

2021년 6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김민기, 아침이슬 50년》에 나갔던 작업입니다. 세 점 중 가장 큰 화면이고, 전시 이력이 가장 또렷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작품의 크기는 자료마다 표기가 달라, 씨앗페는 39.5x64cm로 기재하고 뉴시스 기사 캡션은 78x54cm로 적었습니다.

이태호, 〈김민기 - 긴 밤 지새우고〉, 판화, 39.5x64cm, ₩3,000,000
이태호, 〈김민기 - 긴 밤 지새우고〉, 판화, 39.5x64cm, ₩3,000,000

〈푸른 김수영〉 — 2020년

제목의 김수영이 2020년 북촌 골목의 벽보로 붙었던 그 얼굴입니다. 세 점 가운데 가장 작은 값이 매겨져 있고, 크기는 아직 확인 중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이태호, 〈푸른 김수영〉, 2020년작
이태호, 〈푸른 김수영〉, 2020년작

세 점을 나란히 놓으면 전태일과 김민기와 김수영이 한자리에 섭니다. 이태호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이태호는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그 구조에 작품으로 참여했습니다.

거리에 벽보를 붙여온 작가에게는 어울리는 자리로 보입니다. 그의 작업은 원래부터 한 사람의 벽에 걸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 사이로 나가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태호를 처음 만나는 분께는 순서를 이렇게 권합니다. 먼저 제목의 세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전태일, 김민기, 김수영. 이 세 이름이 한 작가의 판 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업의 주제입니다. 그다음 판화라는 매체를 떠올리십시오. 한 판에서 여러 장이 나오는 매체를 고른 사람이 왜 하필 이 세 얼굴을 골랐는지가, 그 순간 하나로 이어집니다.

이태호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세 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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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이태호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목판화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판화가입니다. 시인 김수영과 노동자 전태일의 얼굴을 목판에 새겨 한지에 찍은 뒤,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와 골목에 벽보처럼 붙이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현장 작업으로 알려졌습니다. 경향신문(2021년 5월 11일)과 한겨레(2020년 7월 6일)가 그 작업을 취재했습니다.

Q. 미술사학자 이태호와 같은 사람인가요? A. 아닙니다. 동명이인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이태호는 목판화 작업을 하는 작가이며, 조선 회화사 연구로 알려진 미술사학자 이태호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Q. 어떤 전시에 참여했나요? A. 2021년 5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나무, 그림이 되다》의 '사람' 테마관에 목판화를 냈고, 2021년 6월에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김민기, 아침이슬 50년》(경기문화재단 주최, 김민기헌정사업추진위원회 주관, 6월 10~23일)에 목판화 〈긴 밤 지새우고〉로 참여했습니다.

Q. 코로나19를 다룬 작업도 있나요? A. 있습니다. 2020년 방역·의료진의 얼굴을 한지에 새긴 판화를 내놓았습니다. 한겨레는 이 작업을 「그대의 헌신, 우리의 감사」로, 경기신문은 2021년 나무화랑 《말하고 싶다》전 출품작 「그대의 헌신에 감사」로 각각 전해 제목 표기가 갈립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이태호 작품은 몇 점이고 가격대는? A. 세 점입니다. 〈불꽃 청년 전태일〉(2020, 다색 판화, 39x39cm, ₩2,000,000), 〈김민기 - 긴 밤 지새우고〉(2021, 판화, 39.5x64cm, ₩3,000,000), 〈푸른 김수영〉(2020, 크기 확인 중, ₩600,000)입니다.

Q. 이태호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이태호는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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