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 없이 불을 견딘 테라코타로 여인상을 빚어온 한애규. 2016년부터 시작한 행렬 연작이 왜 북방을 향하는지, 작가의 말을 따라 읽습니다.
한애규 — 흙으로 빚은 여인들의 행렬, 막힌 북쪽 길을 향해

씨앗페에 들어온 한애규의 작품 두 점 가운데 하나는 〈달을 든 여인〉입니다. 2021년, 테라코타.
제목의 구조를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여인'이 있고, 그 여인이 무언가를 '들고' 있습니다. 2008년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제목은 《꽃을 든 사람》이었습니다. 드는 사람. 이 작가의 제목에는 손에 무언가를 쥔 존재가 반복해 등장합니다.
무엇을 드는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누가 드는가입니다. 한애규가 40년 가까이 흙으로 빚어온 것은 풍만한 여인상이고, 그 여인들은 대개 혼자가 아니라 줄지어 서 있습니다.
서울에서 앙굴렘까지
한애규는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7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1980년 같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1986년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응용미술에서 도예로, 다시 프랑스로. 학력의 이동이 재료의 발견 과정과 겹칩니다. 그는 1980년대부터 흙을 재료로 작업해 왔습니다.
이후의 개인전 목록은 이렇습니다. 2008년 서울 가나아트센터의 《꽃을 든 사람》, 2009년 서울 포스코미술관의 《조우》, 2010년 베이징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폐허에서》, 2018년 서울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푸른 길》, 2022년 같은 곳의 《Beside》. 그리고 2026년 5월 15일부터 6월 13일까지, 같은 갤러리에서 《푸른 그림자》가 열렸습니다.
작업의 문법 — 유약을 바르지 않는다는 선택
한애규의 작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이렇습니다. 유약을 바르지 않고 고온의 불을 견딘 테라코타로 풍만한 여인상을 빚는다.
이 문장에서 가장 많은 것을 말해주는 대목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입니다.
도자에서 유약은 표면을 덮어 매끄럽게 만들고 색과 광택을 주는 층입니다. 물이 스미지 않게 하고 때가 덜 타게 하는 실용적인 기능도 있습니다. 유약을 입히면 흙은 흙이 아닌 표면으로 완성됩니다.
유약을 바르지 않으면 그 반대가 됩니다. 구워진 흙이 그대로 바깥에 남습니다. 손으로 빚을 때 생긴 자국도 지워지지 않고, 광택 대신 흙 자체의 거친 결이 표면이 됩니다. 매끄럽게 마감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선택 — 그것이 테라코타를 고른다는 말의 내용입니다.
여기에 '풍만한'이라는 형용이 붙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이 작가가 빚는 여인상은 날씬하게 다듬어진 몸이 아닙니다. 여성성과 주체적 자아를 형상화한다는 것이 그의 작업을 설명하는 말이고, 그 형상은 미끈함이 아니라 부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16년, 행렬이 시작되다
2016년 늦은 겨울, 한애규는 새 연작을 시작합니다. 인간과 반인반수와 동물이 줄지어 선 '행렬' 연작입니다.
행렬은 여러 개체가 같은 방향을 향해 늘어선 형식입니다. 한 사람을 조각하는 것과 여럿을 줄 세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줄이 생기면 방향이 생기고, 방향이 생기면 목적지가 생깁니다. 관람자는 개별 인물을 보는 대신 '이들이 어디로 가는가'를 묻게 됩니다.
한애규의 대답은 북쪽입니다. 이 연작은 북방과 대륙으로 이어지는 교류의 역사를 상징화합니다.
왜 북방인가. 시작은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7~8년 전쯤 '실크로드를 달려 온 서역인'을 감명 깊게 읽었다. 신라의 지배층이 지금으로 치자면 터키 정도에 있었던 저 먼 지역에서 왔다는 내용인데, 이 내용을 뒷받침하는 유물과 증거물을 채집해 풀어낸 책이었다." — CNB저널(문화경제), 2018년 6월 28일
신라의 지배층이 아주 먼 곳에서 왔다는 이야기. 이 독서가 그의 작업에 들어온 방식은 고대사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북방으로의 길에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분단이 되면서 길이 막혔고, 우리는 점차 먼 앞길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면서 길도 마음도 막혀가고 있다." — CNB저널(문화경제), 2018년 6월 28일
'길도 마음도 막혀가고 있다'. 지리적 봉쇄와 심리적 축소를 한 문장에 붙여놓은 진단입니다. 갈 수 없게 되면 생각하지 않게 되고, 생각하지 않게 되면 없는 것이 된다 — 행렬 연작이 겨냥하는 것은 그 망각입니다.
2018년 《푸른 길》 전시에서 그가 선보인 것은 '조상'·'신화'·'실크로드' 시리즈로 이어지는 조각들의 행렬이었습니다. 세 시리즈의 이름을 나란히 놓으면 시간의 축이 보입니다. 조상에서 신화로, 신화에서 실크로드로. 혈통과 이야기와 길입니다.
그해 전시는 공교로운 시기에 열렸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은 아닌데 작품을 첫 시작할 때와 지금을 보면 분위기가 참 많이 달라져 놀랍다." — CNB저널(문화경제), 2018년 6월 28일
작업이 시대를 따라간 것이 아니라 시대가 작업 쪽으로 왔다는 말입니다. 2016년 늦은 겨울에 시작한 행렬이 2018년의 공기와 만났습니다.
그가 이 연작으로 말하려는 바는 마지막 인용에 가장 분명하게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남과 북은 여전히 막혀 있어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작품 속 행렬처럼 북방으로의 길이 막힘없이 뚫리길 염원한다." — CNB저널(문화경제), 2018년 6월 28일
그림자에 대하여
한애규의 작업에는 '푸른'이라는 형용이 반복해 붙습니다. 2018년의 《푸른 길》, 2026년의 《푸른 그림자》.
그림자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를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바닷가를 거닐다가 물속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를 봤다. 세상을 살아가며 이런저런 많은 일에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하고, 그 증거로 그림자가 자리한다." — CNB저널(문화경제), 2018년 6월 28일
'존재의 증거로서의 그림자'라는 생각은 조각가에게 특별한 뜻을 갖습니다. 그림자는 부피가 있는 물건만 만듭니다. 평면에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습니다. 흔들려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이 작가는 자기 재료의 성질로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2026년 5월 15일부터 6월 13일까지 서울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린 《푸른 그림자》에서 그는 테라코타에 푸른 유약을 더한 신작을 선보였습니다. 유약 없는 표면을 오래 지켜온 작가가 푸른색을 얹은 것입니다. 그동안의 작업과 나란히 놓고 보면, 색이 더해진 자리가 어디인지가 드러나는 전시였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두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한애규의 작품은 두 점입니다. 2020년의 것과 2021년의 것. 두 점 모두 이미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달을 든 여인〉 — 2021년, 테라코타
제목이 이 작가의 문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여인'이 있고, 그 여인이 '들고' 있으며, 든 것은 달입니다. 《꽃을 든 사람》(2008)이라는 개인전 제목과 나란히 놓으면 반복되는 구조가 분명해집니다. 재료는 테라코타입니다. 판매 완료.

- 테라코타 · 2021 · 크기 확인 중 · 판매 완료
- 작품 페이지 →
〈무제〉 — 2020년, 흙으로 빚어 굽고 색칠, 19x14x2cm
매체 표기가 그 자체로 공정의 설명입니다 — 흙으로 빚고, 굽고, 색칠한다. 세 동사가 순서대로 적혀 있습니다.
치수를 보시면 19x14x2cm입니다. 두께가 2cm입니다. 앞의 작품이 입체라면 이쪽은 평면에 가까운 판입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이고, 벽에 걸거나 선반에 세워두는 자리가 어울립니다. 판매 완료.

- 19x14x2cm · 흙으로 빚어 굽고 색칠 · 2020 · 판매 완료
- 작품 페이지 →
두 점을 함께 보시려면 한애규 작가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씨앗페의 다른 작가 작품은 전체 작품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미술사에서의 자리
한애규의 자리를 정리하면 세 겹입니다.
첫째, 흙을 조각의 재료로 밀고 나간 작가입니다. 1980년대부터 흙으로 작업해 왔고, 유약을 바르지 않은 테라코타를 자기 형식으로 굳혔습니다. 도예와 조각의 경계에서 어느 한쪽으로 접히지 않는 자리입니다. 2024년 4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 《자가처방_한국도예》의 '말하다' 섹션에 그가 참여한 것도 이 자리를 보여줍니다. 2023년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 국가초대전을 국내로 들여온 귀국·앙코르전이었습니다.
둘째, 여성을 조형의 주제로 삼은 작가입니다. 풍만한 여인상을 통해 여성성과 주체적 자아를 형상화해 왔습니다. 여성의 몸이 감상의 대상으로 다뤄져온 미술사의 긴 관행 안에서, 그 몸을 주체의 형상으로 세우는 작업은 다른 계보에 속합니다.
셋째, 역사와 이동을 다루는 작가입니다. 2016년부터의 행렬 연작은 북방과 대륙으로 이어지는 교류의 역사를 상징화합니다. 개인의 내면이 아니라 집단의 경로를 조형의 주제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2024년에는 오병욱과 2인전 《어떠한 바다》를 열었습니다. 서울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7월 19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린 전시입니다.
개인전·2인전·단체전이 한 갤러리와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국가 단위의 도예전에 불려 나갑니다. 한 작가가 오래 같은 재료를 붙들고 있을 때 생기는 궤적입니다. 흙이라는 재료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살피려는 분에게 그의 이력은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한애규가 씨앗페에 두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한애규는 그 구조에 작품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작가에게 작품이 누군가의 손으로 건너가는 일은 낯설지 않습니다. 노회찬재단이 매년 노회찬상 수상자에게 주는 상패가 한애규의 도예 작품 〈거인의 손〉입니다. '대체불가능한 정치인 노회찬의 손'이라는 뜻을 담은 작품입니다.
손을 빚어 손에 건네는 일. 〈꽃을 든 사람〉과 〈달을 든 여인〉을 만들어온 작가의 목록에 〈거인의 손〉이 함께 있다는 사실은, 이 작가가 무엇을 조형의 중심에 두는지를 알려줍니다. 드는 손입니다. 무언가를 쥐고 옮기는 손.
씨앗페의 구조도 같은 모양입니다. 한 사람이 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 건너갑니다.
한애규를 처음 만나는 분이라면 순서를 이렇게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먼저 유약이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십시오. 매끄럽게 덮을 수 있는데 덮지 않은 표면이 이 작가의 첫 번째 선택입니다. 다음으로 제목의 동사를 보십시오 — 들다. 마지막으로 행렬을 떠올리십시오. 줄지어 선 존재들이 향하는 쪽에 무엇이 있는지를 작가는 이미 말해두었습니다.
"작품 속 행렬처럼 북방으로의 길이 막힘없이 뚫리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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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한애규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입니다. 197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1980년 같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했으며, 1986년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흙을 재료로 작업해 왔고, 유약을 바르지 않고 고온의 불을 견딘 테라코타로 풍만한 여인상을 빚어 여성성과 주체적 자아를 형상화해 왔습니다.
Q. 테라코타에 왜 유약을 바르지 않나요? A. 유약은 표면을 덮어 매끄럽게 만들고 색과 광택을 주는 층입니다. 유약을 바르지 않으면 구워진 흙이 그대로 표면이 되고, 빚을 때 생긴 손자국과 흙의 결이 남습니다. 한애규의 작업을 설명하는 말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고온의 불을 견딘'이라는 조건이 늘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Q. '행렬' 연작은 무엇인가요? A. 2016년 늦은 겨울부터 시작한 연작으로, 인간·반인반수·동물이 줄지어 선 형식입니다. 북방과 대륙으로 이어지는 교류의 역사를 상징화합니다. 작가는 "과거 우리 조상들은 북방으로의 길에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분단이 되면서 길이 막혔고, 우리는 점차 먼 앞길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면서 길도 마음도 막혀가고 있다"(CNB저널, 2018년 6월 28일)고 말했습니다.
Q. 주요 개인전은? A. 《꽃을 든 사람》(가나아트센터, 서울, 2008), 《조우》(포스코미술관, 서울, 2009), 《폐허에서》(아트사이드 갤러리, 베이징, 2010), 《푸른 길》(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18), 《Beside》(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2), 《푸른 그림자》(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6년 5월 15일~6월 13일)가 있습니다.
Q. 노회찬상 상패가 한애규 작품이라던데요? A. 노회찬재단이 매년 노회찬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상패가 한애규의 도예 작품 〈거인의 손〉입니다. '대체불가능한 정치인 노회찬의 손' 등의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한애규 작품은 몇 점이고 살 수 있나요? A. 〈달을 든 여인〉(2021, 테라코타)과 〈무제〉(2020, 흙으로 빚어 굽고 색칠, 19x14x2cm) 두 점이며, 두 점 모두 판매 완료되었습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을 보실 수 있고, 다른 작가의 판매 중인 작품은 전체 작품 페이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Q. 씨앗페에서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한애규는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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