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부터 약 8년간 감옥에 있었고, 2008년에 처음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남진현의 화면에는 얼굴이 있고, 얼굴이 없는 화면도 있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11점을 실제로 들여다보며 읽습니다.
남진현 — 8년의 감옥 뒤에 시작한 그림, 서로 다른 두 눈

〈예순 즈음에〉의 두 눈은 서로 다르게 생겼습니다.
왼쪽 눈은 흰자와 검은 동공이 또렷한, 우리가 아는 눈입니다. 오른쪽 눈은 주황색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고 홍채가 연둣빛입니다. 한 얼굴 안에서 두 눈이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화면 전체가 파랑·초록·금색·자주색의 면으로 잘려 있고, 그 면들이 모여 사람의 얼굴이 됩니다. 입은 얇고 흰 가로선 하나입니다. 배경은 옅은 하늘색으로, 얼굴을 둘러싼 여백이 됩니다.
91x116cm. 씨앗페에 들어온 남진현의 열한 점 가운데 가장 큰 화면이고, 제목은 〈예순 즈음에〉입니다.
이 글은 그 얼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따라갑니다. 다만 이력의 순서가 보통과 다릅니다. 남진현은 화가로 출발한 사람이 아닙니다.
미술은 나중에 왔다
남진현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광주일보(2023년 12월 8일)와 사내 작가 기록이 함께 전하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구속돼 1990년부터 약 8년간 복역했습니다. 리더스뉴스는 "1990년부터 8년간 복역"이라 적었고, 광주일보는 "8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지만"이라고 썼습니다.
미술은 그 뒤에 왔습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고, 사람의 얼굴을 모티브로 삼은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순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가는 학교에서 그림을 배우고 그 뒤에 삶을 겪습니다. 남진현은 반대입니다. 겪을 것을 먼저 다 겪은 뒤에 붓을 들었습니다. 화면 위에 놓이는 것이 '배운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이 되는 조건입니다.
2023년 그는 에세이 『화가가 된 혁명가』(빈빈책방)를 펴냈습니다. 그림과 이야기 서른 편을 묶은 책입니다. 그림 서른 점에 이야기가 각각 붙어 있는 형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도록이 아니라, 그림을 실마리로 삼아 쓴 산문입니다.
작가 자신이 작품 〈1995년 제주〉를 두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두 눈은 고통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초점을 잃었다. 그래도 서늘한 빛을 내며 앞을 바라보고 있다. 긴 코는 사색의 시간인 듯 고뇌의 깊이인 듯, 거친 머리카락은 마치 쇠창살 같구나." — 광주일보, 2023년 12월 8일
자기 그림을 설명하면서 '~같구나'로 끝나는 문장을 씁니다. 해설이 아니라 감탄에 가깝습니다. 그린 사람이 그린 것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어조입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남진현의 그림을 이렇게 평했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혹독한 세상을 살아온 그와 그의 시대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살아온 삶의 총체를 이해할 수 있다." — 광주일보, 2023년 12월 8일
'그의 시대'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개인의 이력만이 아니라 그 이력이 놓였던 연대를 함께 읽으라는 주문입니다.
얼굴이 없는 화면도 있다
남진현을 '얼굴을 그리는 작가'로만 알고 있다면, 씨앗페에 들어온 열한 점 가운데 〈혼미한 세계〉 앞에서 한 번 멈추게 됩니다.

여기에는 얼굴이 없습니다.
화면 왼쪽 위가 노랑이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진한 자홍색이 넓게 깔립니다. 가운데에는 검은 덩어리가 세로로 서 있습니다. 그 위로 오일파스텔의 선이 지나갑니다 — 소용돌이, 지그재그, 사다리처럼 가로줄이 걸린 막대, 작은 동그라미 무리, 빗금. 색면 위에 손으로 긁어 놓은 자국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서명이 있습니다.
지지체도 다릅니다. 열한 점 가운데 유일하게 캔버스가 아닌 패널이고, 유일하게 아크릴에 오일파스텔이 섞인 작품입니다. 단단한 판 위여야 파스텔의 선이 저렇게 긁히듯 남습니다. 재료가 화면의 성격을 정한 경우입니다.
얼굴 화면과 이 화면을 나란히 놓으면 남진현의 작업이 두 갈래로 벌어져 있음이 보입니다. 하나는 얼굴이라는 형태를 조각내 다시 붙이는 쪽, 다른 하나는 형태 없이 색과 선의 충돌만 남기는 쪽입니다. 제목이 그 차이를 그대로 말합니다. 얼굴 쪽에는 〈예순 즈음에〉·〈인간조건〉처럼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붙고, 형태 없는 쪽에는 〈혼미한 세계〉처럼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붙습니다.
2026년에 한꺼번에 놓인 세 개의 '인생'
씨앗페에 들어온 열한 점 가운데 여섯 점이 2026년작입니다. 그중 셋은 제목의 앞부분이 똑같습니다.
- 〈인생, 그 푸르른 꿈에 대하여〉
- 〈인생, 그 모순성에 대하여〉
- 〈인생, 그 헛헛함에 대하여〉
세 점 모두 45.5x53cm, 모두 acrylic on canvas, 모두 2026년. 크기와 재료와 연도가 완전히 같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인생' 뒤에 붙는 말 하나입니다. 푸르른 꿈, 모순성, 헛헛함.
한 해에 같은 규격으로 세 점을 그리면서 같은 제목 형식을 반복했다는 것은, 이 세 점이 각각 독립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묶음으로 설계됐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세 점을 나란히 걸 수 있는 크기이고, 실제로 그렇게 걸었을 때 제목이 문장이 됩니다.
같은 2026년에 〈인간유별〉·〈Class Struggle〉·〈For survival〉도 함께 나왔습니다. 여섯 점 모두 40~45.5cm 폭의 작은 화면입니다. 2025년의 〈예순 즈음에〉(91x116cm)·〈인간조건〉(72x90cm)이 큰 화면이었던 것과 대비됩니다.
씨앗페 출품작 열한 점
전부 아크릴 회화이고,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다섯 해에 걸쳐 있습니다. 가격은 ₩1,500,000부터 ₩8,000,000까지이며, 대체로 화면이 커질수록 올라갑니다.
〈예순 즈음에〉 — 2025년, acrylic on canvas, 91x116cm
열한 점 중 가장 큰 화면. 앞에서 읽은 그 얼굴입니다. 두 눈의 생김새가 서로 다르고, 입은 흰 가로선 하나이며, 배경은 옅은 하늘색입니다.

- 91x116cm · acrylic on canvas · ₩8,000,000
- 작품 페이지 →
〈인간조건〉 — 2025년, Acrylic on canvas, 72x90cm
제목이 사람의 조건을 가리킵니다. 같은 해의 〈예순 즈음에〉와 함께 큰 화면 두 점을 이룹니다.

- 72x90cm · Acrylic on canvas · ₩5,000,000
- 작품 페이지 →
〈혼미한 세계〉 — 2022년, acrylic and oil pastel on panel, 60x80cm
열한 점 중 유일한 패널 작품이자 유일하게 오일파스텔이 쓰인 작품입니다. 얼굴이 없는 화면을 직접 보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 60x80cm · acrylic and oil pastel on panel · ₩3,500,000
- 작품 페이지 →
〈지친 그대에게〉 — 2024년, acrylic on canvas, 72.7x90.9cm
2022년과 2025년 사이에 놓인 유일한 작품으로, 열한 점의 시간표에서 가운데를 차지합니다.

- 72.7x90.9cm · acrylic on canvas · ₩3,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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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부끄럼 없이〉 — 2022년, acrylic on canvas, 40.9x53cm
〈혼미한 세계〉와 같은 해의 작품이지만 크기가 절반 이하이고 캔버스입니다.

- 40.9x53cm · acrylic on canvas · ₩1,500,000
- 작품 페이지 →
〈인생, 그 푸르른 꿈에 대하여〉 — 2026년, acrylic on canvas, 45.5x53cm
'인생' 세 폭 가운데 하나입니다.

- 45.5x53cm · acrylic on canvas · ₩1,8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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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모순성에 대하여〉 — 2026년, acrylic on canvas, 45.5x53cm
같은 세 폭의 둘째입니다.

- 45.5x53cm · acrylic on canvas · ₩1,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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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헛헛함에 대하여〉 — 2026년, acrylic on canvas, 45.5x53cm
세 폭의 셋째입니다. 세 점을 함께 들이면 제목이 한 줄로 읽힙니다.

- 45.5x53cm · acrylic on canvas · ₩1,500,000
- 작품 페이지 →
〈인간유별〉 — 2026년, acrylic on canvas, 45.5x53cm
'인간'이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간 2026년작입니다.

- 45.5x53cm · acrylic on canvas · ₩1,800,000
- 작품 페이지 →
〈Class Struggle〉 — 2026년, acrylic on canvas, 45x53cm
열한 점 중 영문 제목을 쓴 두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 45x53cm · acrylic on canvas · ₩1,500,000
- 작품 페이지 →
〈For survival〉 — 2026년, acrylic on canvas, 40x53cm
열한 점 가운데 가장 작은 화면입니다.

- 40x53cm · acrylic on canvas · ₩1,500,000
- 작품 페이지 →
전시의 자리
2025년 3월 1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인사아트에서 제7회 개인전 '화가가 된 혁명가'가 열렸습니다. 2023년에 낸 책의 제목을 그대로 전시 제목으로 가져왔습니다.
국외에서는 뉴욕 반 데르 플라스(Van Der Plas)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이력이 있습니다.
2008년에 미술을 시작한 사람이 2025년에 일곱 번째 개인전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가의 작업 속도를 알려줍니다. 늦게 시작한 사람이 대체로 그렇듯, 남진현은 빠릅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남진현이 씨앗페에 열한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이 금융 차별을 겪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열한 점은 적은 수가 아닙니다. 한 작가가 한 자리에 내놓을 수 있는 양으로는 많은 편이고, 2026년작 여섯 점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최근작을 아낀 흔적도 없습니다.
남진현을 처음 만나는 분이라면 순서를 이렇게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먼저 〈예순 즈음에〉의 두 눈을 보십시오. 왜 둘이 다르게 생겼는지 묻는 순간 이 작가의 얼굴 화면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가 열립니다. 다음으로 〈혼미한 세계〉를 보십시오. 얼굴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 세 폭의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푸르른 꿈, 모순성, 헛헛함 — 세 단어의 배열이 이 작가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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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남진현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사람의 얼굴을 모티브로 삼은 아크릴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입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학업을 중단했고,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구속돼 1990년부터 약 8년간 복역했습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으며, 2025년에는 제7회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Q. 『화가가 된 혁명가』는 어떤 책인가요? A. 2023년 빈빈책방에서 펴낸 에세이로, 그림과 이야기 서른 편이 실려 있습니다. 2025년 3월 1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인사아트에서 열린 제7회 개인전의 제목도 같은 '화가가 된 혁명가'였습니다.
Q. 남진현 작품은 모두 얼굴 그림인가요? A. 아닙니다. 씨앗페에 나온 열한 점 가운데 〈혼미한 세계〉(2022, acrylic and oil pastel on panel, 60x80cm)는 얼굴 형태가 없는 화면입니다. 노랑과 자홍의 색면 위에 오일파스텔의 소용돌이·지그재그·빗금이 긁히듯 얹혀 있습니다. 열한 점 중 유일한 패널 작품이기도 합니다.
Q. 국외 전시 이력이 있나요? A. 뉴욕 반 데르 플라스(Van Der Plas)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이력이 있습니다.
Q. 남진현 작품 가격대는?
A. 씨앗페에 나온 열한 점의 가격은 ₩1,500,000부터 ₩8,000,000까지입니다. 4045.5cm 폭의 작은 화면이 ₩1,500,000₩1,800,000, 6072.7cm 화면이 ₩3,500,000₩5,000,000, 가장 큰 91x116cm 〈예순 즈음에〉가 ₩8,000,000입니다.
Q. 남진현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남진현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남진현 작품은 몇 점인가요? A. 열한 점입니다. 2022년작 두 점(〈한 점 부끄럼 없이〉·〈혼미한 세계〉), 2024년작 한 점(〈지친 그대에게〉), 2025년작 두 점(〈인간조건〉·〈예순 즈음에〉), 2026년작 여섯 점(〈인간유별〉·〈Class Struggle〉·〈For survival〉과 '인생' 연작 세 점)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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