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연의 〈나비의 꿈〉에서 나비는 입에서 실 한 가닥을 끌고 날아갑니다. 꽃은 붓이 아니라 바늘로 놓은 것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통도사성보박물관 2인전의 작가 소회와 함께, 씨앗페 출품작 네 점의 화면을 읽습니다.
송광연 — 나비가 실을 끌고 갑니다, 그림이 자수가 되는 자리

화면 오른쪽 위에 나비 한 마리가 있습니다. 흑백 줄무늬 날개에 보라색 눈알 무늬가 둘, 더듬이가 가늘게 뻗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비의 입에서 실 한 가닥이 길게 늘어져 화면 오른쪽 바깥으로 빠져나갑니다.
그 실이 어디로 가는지는 화면 안에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화면 가운데를 채운 꽃들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주황 연꽃, 청록 모란, 금빛 국화, 보라 작약 — 이 꽃들은 붓으로 칠해진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결이 한 방향으로 촘촘하게 누워 있어, 물감이 아니라 실을 한 땀씩 놓은 자수처럼 보입니다.
나비가 실을 끌고 갑니다. 그리고 그 실로 꽃이 놓여 있습니다.
송광연의 대표 연작 〈나비의 꿈(Butterfly's Dream)〉을 한 문장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이 글은 그 한 문장이 작가의 설명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따라가는 글입니다.
작가의 설명 — '인생의 수를 채워 가는 행위'
2024년 7월 23일부터 8월 4일까지 경남 양산 통도사성보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2인전 〈현대인의 자화상〉이 열렸습니다. 윤옥란과 송광연 두 사람의 전시로, 박물관 공지와 뉴시스·경상일보·경남신문·법보신문 등 여러 매체가 함께 다뤘습니다.
그 자리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나친 과욕으로 고갈되어 가는 인간미와 물질 만능주의를 가진 현대인들에게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대로 값진 생(生)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았다. '나비의 꿈' 시리즈는 나비가 꿈을 위해 인생의 수(자수)를 채워 가는 행위를 형상화하여 인간이 품는 특정적이고 순수한 염원의 본질적인 의미를 표현하였다. 또한 팝아트의 이미지에 민화의 모란도를 질감 있는 페인팅으로 그려 넣어, 대중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미술사조를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시대를 풍자하였다. 현대인이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통도사성보박물관 전시 공지(작가 소회), 2024년 7월 22일. 같은 취지의 인용이 법보신문 2024년 7월 23일·경남신문 2024년 7월 28일에도 실렸습니다.
핵심은 가운데 문장입니다. "나비가 꿈을 위해 인생의 수(자수)를 채워 가는 행위."
여기서 '수'는 두 가지를 동시에 가리킵니다. 하나는 바느질의 수, 곧 자수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 한 생애 동안 채워 가는 몫입니다. 한 땀 한 땀 놓아야 무늬가 완성되는 자수의 시간과, 하루하루 쌓아야 지나가는 인생의 시간을 같은 글자로 겹쳐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화면의 나비가 실을 물고 있습니다. 나비는 꽃을 구경하는 손님이 아니라 그 꽃을 놓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꽃이 자수처럼 그려진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기법이 먼저 있고 의미가 붙은 것이 아니라, 의미가 먼저 있고 기법이 그것을 따라간 순서입니다.
작가가 말한 '민화의 모란도'와 '팝아트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서 만나는 방식도 그림을 직접 보면 분명합니다.
화면 안에서 충돌하는 두 어법
앞의 작품을 다시 봅니다. 배경은 베이지와 흰색의 사각형이 격자로 나뉜 면이고, 왼쪽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블록이, 오른쪽 위에는 붉은 블록이 놓여 있습니다. 20세기 기하추상의 색면 구성을 곧바로 떠올리게 하는 배치입니다.
그 앞에 둥근 형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위쪽이 살짝 좁아지고 아래가 불룩한, 달항아리의 윤곽입니다. 항아리 표면에는 연꽃 문양이 배경과 거의 같은 톤으로 희미하게 찍혀 있고, 항아리 안쪽에서 아까 본 자수 꽃들이 피어오릅니다. 항아리 아래쪽은 검게 칠해져 있어 꽃이 어둠에서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서양 모던의 격자 위에 조선 백자의 실루엣을 얹고, 그 안에 민화의 꽃을 자수로 놓은 것. 창원 금강미술관 이성석 관장은 이 결합을 짧게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민화의 모란도와 팝아트 이미지를 결합한 작품은 기성과 충돌의 미적 쾌감을 보여준다" — 이성석 창원 금강미술관 관장, 경남도민일보, 2018년 4월 10일
'충돌'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두 어법을 섞어 하나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나란히 부딪치게 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 화면에서 격자와 항아리는 서로에게 양보하지 않습니다. 격자는 뒤로 물러나 배경이 되지도 않고, 항아리는 격자의 규칙에 맞춰 놓이지도 않았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다른 한 점에서는 부딪치는 상대가 바뀝니다.

바탕은 고른 회색이고, 좌우 가장자리에 만다라처럼 겹겹의 원형 문양이 바탕과 거의 같은 톤으로 희미하게 깔려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흰 기물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앞면에 둥근 구멍이 있고, 양옆에 나사 구멍이 뚫린 작은 날개가 붙어 있는, 공산품의 매끈한 표면을 가진 물건입니다.
그 기물의 안쪽이 열려 있고, 그 안에서 황토색 언덕과 함께 연꽃·연밥·잎사귀가 자수 질감으로 피어 있습니다. 왼쪽 위에서 나비가 역시 실을 끌며 들어오고, 오른쪽 아래에는 보라색 꽃잎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앞의 작품이 '모던 격자 vs 조선 백자'였다면, 이 작품은 '공산품 vs 자연'입니다. 작가가 말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시대"라는 문장이 화면 위에서 어떻게 그림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매끈하게 성형된 흰 물건의 배 속에서 꽃이 자랍니다.
이력 — 대구에서 시작해 워싱턴과 런던을 거쳐
송광연은 영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해 석사를 마쳤습니다. 2008년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2024년 기준 통산 1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천안시립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사치 갤러리(런던) 등에서 50여 회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국외 초대전 이력은 두 건이 확인됩니다. 2016년 주미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워싱턴DC) 초대전, 2017년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의 한중 3인전 〈온고지신〉입니다. 두 전시의 자리를 생각하면 〈나비의 꿈〉이 왜 그런 화면인지 조금 더 이해됩니다. 한국문화원은 한국의 것을 바깥에 보이는 자리이고, 〈온고지신〉은 옛것에서 새것을 안다는 뜻입니다. 민화의 모란도를 팝의 어법으로 옮기는 작업은 그 두 자리에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국내 기획전 가운데는 천안시립미술관의 〈無窮 畵, 꽃이 피었습니다〉가 눈에 띕니다. 이 전시에서 그는 〈나비의 꿈〉 연작 여덟 점을 걸었습니다. 한 연작을 여덟 점 단위로 걸 수 있다는 것은, 낱장의 그림이 아니라 이어지는 화면으로 이 작업이 굴러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최근의 개인전은 2025년 11월 1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진주 신안동 PAC갤러리에서 열린 〈K-POP ART 송광연전-나비의 꿈〉입니다. 2018년 진주 미르아트홀 개인전에서도 모란도와 팝아트를 결합한 같은 연작을 보였으니, 진주에서만 7년 사이에 두 번입니다.
2008년 대구에서 2025년 진주까지, 그리고 워싱턴DC와 상하이까지. 이 이력에서 읽히는 것은 화려한 도약이 아니라 지속입니다. 한 연작의 이름을 17년째 바꾸지 않은 작가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네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송광연의 작품은 네 점이고, 네 점 모두 제목이 〈Butterfly's Dream〉입니다. 제작 연도 2025년, 캔버스에 아크릴, 72.7x72.7cm 정사각형, 가격 ₩9,000,000 — 네 점의 조건이 완전히 같습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연작의 성격입니다.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을 같은 해에 여럿 그린다는 것은, 낱장이 아니라 한 벌로 굴러가는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한 점만 들여도 성립하고, 두 점을 나란히 걸면 서로가 서로의 변주가 됩니다. 72.7cm는 한 점으로 벽 하나를 감당하기도 하고 둘을 붙여 걸기도 좋은 크기입니다.
네 점의 조건이 같으니, 고르는 기준은 값이 아니라 화면입니다. 아래 두 점은 이 글에서 화면을 직접 살펴본 것이고, 나머지 두 점은 작가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Butterfly's Dream〉 — 달항아리와 격자

- 2025 · 72.7x72.7cm · Acrylic on canvas · ₩9,000,000
- 작품 페이지 →
기하 격자 위에 놓인 달항아리,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자수 꽃, 붉은 실을 끌고 가는 나비. 한국적 도상과 모던한 색면이 한 화면에서 부딪치는 것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한 점입니다.
〈Butterfly's Dream〉 — 흰 기물과 연꽃

- 2025 · 72.7x72.7cm · Acrylic on canvas · ₩9,000,000
- 작품 페이지 →
회색 바탕에 희미한 만다라, 가운데에 공산품처럼 매끈한 흰 기물, 그 안에서 자라는 연꽃. 작가가 말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시대"에 대한 풍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화면입니다.
나머지 두 점
같은 연작의 2025년작 두 점이 더 있습니다. 조건은 위의 두 점과 같습니다.

- 2025 · 72.7x72.7cm · Acrylic on Canvas · ₩9,000,000
- 작품 페이지 →

- 2025 · 72.7x72.7cm · Acrylic on Canvas · ₩9,000,000
- 작품 페이지 →
송광연 작가 페이지에서 네 점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송광연이 씨앗페에 네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인생의 수를 채워 가는 행위"라는 작가의 말을 한 번 더 떠올려 봅니다. 자수는 한 사람이 한 땀씩 놓아야 하는 일이지만, 놓는 동안에는 무엇이 될지 보이지 않습니다.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한 점의 작품이 팔린 자리에서 곧바로 무엇이 되지는 않고, 여러 점이 쌓여야 다음 사람의 대출 한 건이 됩니다.
송광연을 처음 만나는 분께는 화면에서 나비부터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나비를 찾으면 그 입에서 나온 실이 보이고, 실을 따라가면 꽃의 결이 왜 그렇게 누워 있는지가 보입니다. 그다음에야 배경의 격자나 흰 기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순서를 이렇게 잡으면 이 작가의 화면이 장식이 아니라 문장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송광연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영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해 석사를 마친 회화 작가입니다. 2008년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2024년 기준 통산 1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천안시립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사치 갤러리(런던) 등에서 50여 회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대표 연작은 〈나비의 꿈(Butterfly's Dream)〉입니다.
Q. 〈나비의 꿈〉은 무엇을 그린 연작인가요? A. 팝아트 이미지에 민화의 모란도를 자수 질감의 페인팅으로 결합하고, 나비를 통해 인간의 순수한 염원을 형상화한 연작입니다. 작가는 "'나비의 꿈' 시리즈는 나비가 꿈을 위해 인생의 수(자수)를 채워 가는 행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통도사성보박물관 전시 공지, 2024년 7월 22일).
Q. 꽃이 자수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수를 놓은 건가요? A. 아닙니다. 재료는 캔버스에 아크릴입니다. 결이 한 방향으로 촘촘하게 누운 붓질로 자수의 질감을 화면 위에 만들어 낸 것입니다. 작가가 말한 "인생의 수를 채워 가는 행위"라는 주제와 기법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Q. 최근 전시는? A. 2025년 11월 1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진주 신안동 PAC갤러리에서 개인전 〈K-POP ART 송광연전-나비의 꿈〉이 열렸습니다. 2024년 7월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윤옥란과 함께 2인전 〈현대인의 자화상〉을 열었습니다. 천안시립미술관 기획전 〈無窮 畵, 꽃이 피었습니다〉에는 〈나비의 꿈〉 연작 여덟 점을 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송광연 작품은 몇 점이고 가격은? A. 네 점이고 모두 〈Butterfly's Dream〉입니다. 네 점 모두 2025년작, 캔버스에 아크릴, 72.7x72.7cm, ₩9,000,000으로 조건이 같습니다. 고르는 기준은 값이 아니라 화면입니다.
Q. 송광연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송광연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관련 매거진
씨앗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