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용머리고개에서 태어나 홍익대에서 판화를, 귀향해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목판화가 유대수. 기획자로 십여 년을 보낸 뒤 다시 조각도를 든 작가의 작업과 씨앗페 출품작 두 점을 안내합니다.
유대수 — 조각도가 된 몸, 전주에서 새겨온 목판화 30년

유대수는 자기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날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문득 생각에 들면 스케치를 하고 긴 시간 동안 고민해 형상을 만들고 조각도를 집어 든다. 내가 조각도가 된 것만 같다. 어쩌면 내 몸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개하는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 광주in, 2024년 8월 11일
'내가 조각도가 된 것만 같다.' 판화가가 자기 몸과 도구의 관계를 이렇게 말할 때, 그 말은 기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목판화는 나무를 파낸 자리가 흰색이 되고 남은 자리가 검은색이 되는 매체입니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고, 한 번 파낸 자리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조각도가 지나간 길이 곧 화면입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유대수의 작품은 두 점입니다. 〈묏비나리〉(2021)와 〈나는 너다〉(2026). 둘 다 한지에 목판이고, 5년의 간격을 두고 있습니다.
용머리고개에서 출발해 다시 전주로
유대수는 1964년 전북 전주 용머리고개에서 태어났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했고, 귀향한 뒤에는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습니다.
판화를 전공한 사람이 문화인류학을 다시 공부했다는 이력은 이 작가를 읽는 첫 단서입니다. 문화인류학은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며 사는가를 현장에서 관찰해 기술하는 학문입니다. 화면 바깥의 세계를 다루는 훈련을 따로 받은 셈입니다.
이 이력은 곧 일이 됩니다. 그는 전주 서신갤러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약 십여 년간 전시기획자로 일했습니다. 남의 전시를 만드는 일과 자기 판을 새기는 일은 쓰는 시간의 종류가 다릅니다. 앞의 것은 사람과 일정과 예산을 다루는 일이고, 뒤의 것은 혼자 나무를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조각도를 들었습니다. 개인전 목록의 연도를 보면 그 이동이 그대로 보입니다. 2020년 열네 번째 개인전 《화담-판화산책》이 전주한옥마을 PlanC에서 8월 20일부터 27일까지 열렸고, 2024년에는 같은 공간에서 열여덟 번째 개인전 《모든 일이 시작된 자리》가 6월 13일부터 23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제목이 '모든 일이 시작된 자리'입니다.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로 돌아와 전주에서 여는 열여덟 번째 개인전의 이름으로는 정확한 제목입니다.
그는 전북판화가협회장도 역임했습니다(2021년 기준 재임). 판화는 장비와 공간과 인쇄 설비를 함께 나눠 써야 하는 매체이고, 지역에서 그 판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협회 일을 맡아야 합니다. 기획자로 십여 년을 보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우연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작업의 문법 — 숲, 돌, 그리고 덜어내기
유대수는 주로 목판화를 다룹니다. 화려한 기교나 꾸밈보다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판각과, 수묵을 연상시키는 필획의 구현에 집중합니다. 숲이나 돌, 신체 형상 등의 조합을 통해 세계를 구성하는 각 존재의 실재(實在) 여부와 인식(認識)의 유무, 그리고 상호관계성을 탐구합니다.
'수묵을 연상시키는 필획'이라는 표현이 이 작업의 성격을 압축합니다. 목판화는 새기는 매체이고 수묵은 긋는 매체입니다. 성질이 반대인 두 방법이 한 화면에서 만나려면, 칼자국이 붓질처럼 읽힐 만큼 판각의 속도와 힘이 일정해야 합니다. 서울 개인전에서 그가 들었다는 반응도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작업실이 있는 전주에서는 자주 선보였지만 서울에서 실물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기존의 목판화 작가들은 민중성이나 채색, 일상적 풍경 등을 다룬 반면, 이번 작품은 흑백톤이 주로 이루는데 촘촘하고 집요하고 섬세해서 수묵화와 비교된다며 새롭고 신선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 전북도민일보, 2025년 11월 2일
'촘촘하고 집요하고 섬세해서.' 목판화의 관습적 인상이 굵고 힘 있는 선이라면, 이 작가는 반대쪽으로 갔습니다.
숲은 이 작업이 오래 붙들어온 대상입니다. 2025년 신작 '숲' 시리즈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빽빽한 나무를 지나 숲에 들어가 앉으면 마치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고 모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적막하고 싶은 숲에서 복잡한 세상의 시간은 사라지고 자신 내면의 시간만이 흐른다. 이번 신작 '숲' 시리즈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나의 숨소리만이 가득할 뿐" — 전라일보, 2025년 4월 30일
숲을 그리는 일과 나무를 파는 일이 같은 화면에서 만납니다. 목판화의 재료는 나무이고, 그 나무를 파서 숲을 만듭니다. 매체와 소재가 같은 물질인 경우입니다.
작가가 스스로에게 거는 제동도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너무 관념적이지 않은가, 상투적이지 않은가. 물론 정답은 없다. 그저 묵묵히 어제처럼 오늘도 내 길을 걸을 뿐이다." — 광주in, 2024년 8월 11일
숲과 돌과 존재를 다루는 작업은 관념으로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그 위험을 작가 본인이 먼저 말해둔다는 것이, 이 작업이 관념에 기대지 않는 방식으로 굴러가는 이유일 것입니다.
2025년 — 서울과 안산과 완주에서
2025년은 이 작가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해입니다.
5월과 6월에 완주 유휴열미술관에서 열아홉 번째 개인전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가 열렸고, 10월에는 서울 인사동길 나무화랑에서 같은 제목의 스무 번째 개인전이 이어졌습니다. 전주에서 서울로, 같은 제목을 들고 올라간 셈입니다.
같은 해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을 뒤집다》에도 참여했습니다. 출품작은 〈산산수수-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2024-2025, 한지에 목판)입니다. 한국 현대 목판화 70년을 정리하는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이 작업이 개인의 화력을 넘어 매체의 역사 안에서 읽히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ARKO LEAP)' 참여 작가로 선정돼, 1993년부터 2025년까지의 활동을 아카이빙한 작품집 『유대수 목판화 –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를 펴냈습니다. 아카이브 전시는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2025년 12월 12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 열렸습니다.
1993년부터 2025년까지. 30년 남짓한 시간이 한 권으로 묶였습니다. 그 사이에 기획자로 일한 십여 년이 들어 있고, 다시 조각도를 든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2026년에는 전주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의 《방 그리고 바깥: 12개의 방》 전반전(8월 6일~30일)에 참여했습니다. 전주에서 시작해 서울과 안산을 거쳐 다시 전주로 돌아오는 동선이, 이 작가가 지역을 다루는 방식 그대로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두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유대수의 작품은 두 점입니다. 두 점 모두 한지에 목판이고, 가격은 각각 ₩850,000입니다. 화면 크기도 같은 수치를 방향만 바꿔 씁니다 — 〈묏비나리〉가 53x35cm 세로, 〈나는 너다〉가 35x53cm 가로입니다. 나란히 걸면 한 쌍으로 읽히는 구성입니다.
〈묏비나리〉 — 2021년, 한지에 목판, 53x35cm
두 점 가운데 이른 작품입니다. 세로 화면이고, 한지에 목판이라는 재료 표기가 이 작가의 작업 방식을 그대로 알려줍니다. 목판화를 처음 들이는 분께는 종이와 판의 관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크기입니다.

- 2021년 · 53x35cm · 한지에 목판 · ₩850,000
- 작품 페이지 →
〈나는 너다〉 — 2026년, 한지에 목판, 35x53cm
2026년 작업으로, 두 점 가운데 가장 최근작입니다. 앞 장에서 읽은 '존재의 실재와 인식, 상호관계성'이라는 작업의 화두가 제목에 직접 들어와 있습니다.

- 2026년 · 35x53cm · 한지에 목판 · ₩850,000
- 작품 페이지 →
유대수 작가 페이지에서 두 점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미술사에서의 자리
유대수의 자리는 두 축으로 읽힙니다. 하나는 매체의 축, 다른 하나는 지역의 축입니다.
매체 쪽에서 그는 2025년 경기도미술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을 뒤집다》에 참여한 작가입니다. 한국 목판화의 통상적 인상이 굵고 단호한 선이라면, 그의 화면은 흑백의 촘촘한 결로 수묵에 비교되는 쪽에 있습니다. 한국 현대 판화의 지형을 함께 읽으면 이 차이가 어느 계보 위에 놓이는지가 보입니다.
지역 쪽에서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로 돌아와 전주에서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그 지역성이 '지역에 머물렀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북판화가협회장을 맡아 지역 판화의 판을 유지했고, 그 판 위에서 만든 작업을 안산과 서울의 미술관으로 올려보냈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완주·안산·서울에서 그의 작업이 걸렸습니다.
기획자로 십여 년을 보낸 이력도 이 자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전시를 만들어본 사람은 자기 작업이 놓일 자리를 압니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사람은 그 자리가 속한 지역의 구조를 봅니다. 유대수의 목판화는 그 두 시선이 통과한 뒤에 새겨진 화면입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유대수가 씨앗페에 두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지역에서 판화의 판을 지켜온 사람이 이 구조에 참여한다는 것은, 협회장을 맡아 장비와 공간을 함께 쓰게 만들던 일의 연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을 여럿이 나눠 쓰게 만드는 방식은 판화가 오래 해온 일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판에서 여러 장이 나오는 매체이니까요.
유대수를 처음 만나는 분이라면 순서를 이렇게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먼저 '내가 조각도가 된 것만 같다'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그다음 〈묏비나리〉와 〈나는 너다〉를 세로와 가로로 나란히 두고 보십시오. 5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크기의 화면에 같은 방식으로 새겨진 두 점입니다. 그리고 목판화가 '덜어내서 만드는 그림'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떠올리면, 이 화면에서 남아 있는 것들이 왜 남았는지가 다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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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유대수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64년 전북 전주 용머리고개에서 태어난 목판화가입니다.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귀향한 뒤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습니다. 전주 서신갤러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약 십여 년간 전시기획자로 일했고, 전북판화가협회장을 역임했습니다.
Q.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주로 목판화를 다룹니다. 화려한 기교보다 우직한 판각과 수묵을 연상시키는 필획의 구현에 집중하며, 숲·돌·신체 형상 등의 조합을 통해 존재의 실재와 인식, 상호관계성을 탐구합니다.
Q. 개인전은 몇 회 열었나요? A. 2020년 《화담-판화산책》(전주한옥마을 PlanC)이 열네 번째, 2024년 《모든 일이 시작된 자리》(같은 공간)가 열여덟 번째였습니다. 2025년에는 완주 유휴열미술관에서 열아홉 번째, 서울 인사동길 나무화랑에서 스무 번째 개인전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를 열었습니다.
Q. 주요 단체전은? A. 2025년 경기도미술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을 뒤집다》에 〈산산수수-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2024-2025, 한지에 목판)를 출품했습니다. 2026년에는 전주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의 《방 그리고 바깥: 12개의 방》 전반전(8월 6~30일)에 참여했습니다.
Q. 작품집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A.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ARKO LEAP)' 참여 작가로 선정돼 1993년부터 2025년까지의 활동을 아카이빙한 작품집 『유대수 목판화 – 이 가득 찬 세상에 나는 여기서』를 펴냈습니다. 아카이브 전시는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2025년 12월 12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 열렸습니다.
Q. 유대수 작품 가격대는? A. 씨앗페에 나온 두 점은 모두 ₩850,000입니다. 〈묏비나리〉(2021, 53x35cm)와 〈나는 너다〉(2026, 35x53cm) 둘 다 한지에 목판입니다.
Q. 유대수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유대수는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유대수 작품은 몇 점인가요? A. 〈묏비나리〉(2021, 한지에 목판, 53x35cm)와 〈나는 너다〉(2026, 한지에 목판, 35x53cm) 두 점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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