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콘텐츠로 이동

민화란 무엇인가 — 호랑이·모란·책거리·일월오봉도로 읽는 쓰임과 오늘

미술 산책 · 발행 2026년 10월 2일 · 씨앗페

민화는 벽에 붙이고 병풍으로 세워 두고 쓰던 그림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을 따라 쓰임과 소재(호랑이·까치·모란·책거리·십장생·문자도·일월오봉도)를 짚고, 같은 도상이 오늘의 씨앗페 출품작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봅니다.

민화란 무엇인가 — 호랑이·모란·책거리·일월오봉도로 읽는 쓰임과 오늘

조신욱, 〈배가 있는 책가도〉, 2025, Acrylic on canvas, 60.6x60.6cm — 기차, 곰인형, 책등, 어선이 네 칸에 나뉜 화면
조신욱, 〈배가 있는 책가도〉, 2025, Acrylic on canvas, 60.6x60.6cm — 기차, 곰인형, 책등, 어선이 네 칸에 나뉜 화면

검은 격자가 화면을 네 칸으로 가릅니다. 한 칸에는 기차, 한 칸에는 책더미 위의 곰인형, 한 칸에는 등을 보이며 늘어선 책 일곱 권, 마지막 칸에는 푸른 어선이 있습니다.

제목은 〈배가 있는 책가도〉입니다. 책과 물건을 칸칸이 늘어놓던 조선 후기의 그림이 오늘의 사물로 다시 그려졌습니다. 이런 그림이 어떻게 민화가 되었는지, 민화는 무엇에 쓰던 그림이었는지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에 따라 짚어 봅니다.

민화는 어떤 그림을 부르는 말인가

사전은 민화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민화」(김철순 집필)

감상하려고 걸어 두는 그림이기 이전에 쓰이려고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이 정의의 중심입니다. 그린 사람의 폭도 넓게 적혀 있습니다.

"민화의 작가는 도화서 화원과 화원의 제자에서부터 화원이 되지는 못하고 그림에 재주가 있어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그림을 그렸던 화공 그리고 일반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민화'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로, 그는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이라고 정의했다고 사전은 적습니다.

쓰임 — 나쁜 기운을 쫓고 복을 맞이하는 그림

민화에 거듭 나오는 말이 벽사진경(辟邪進慶)입니다. 나쁜 귀신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사전에 따르면 민화의 주류는 "나쁜 귀신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대중의 의식과 습속에 얽힌 그림, 집 안팎을 단장하기 위한 그림, 병풍 · 족자 · 벽화 같은 일상 생활과 직결된 그림"이었고, 찾는 이도 왕실과 관공서에서 사당, 사찰, 일반 가정까지 폭넓었습니다.

새해 첫날 대문에 붙이던 세화(歲畵)가 대표적입니다. 호랑이와 까치 그림이 정월 초하루의 문 앞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호작도란? 까치호랑이 그림의 뜻에 적었습니다. 같은 주제를 되풀이해 그려도 "절대로 똑같은 점이 없이 생활 공간에 맞는 크기와 구도, 형태와 색상, 선과 점 들을 어울리게 한 것이 바로 민화의 멋"이라고 사전은 말합니다. 사는 방에 맞춰 크기와 구도를 바꿔 그리던 그림이었습니다.

소재 읽기 1 — 호랑이, 까치, 모란

사전의 표현으로 "한국 민화라면 누구나 호랑이 그림을 먼저 생각할 정도"입니다. 호랑이와 좋은 소식을 전하는 까치를 함께 그린 까치호랑이 그림은 벽사진경의 가장 대표적인 민화로 꼽힙니다.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이고, 꽃과 새를 그린 화조화는 병풍과 벽, 벽장, 다락에 붙이던 그림 가운데 "다른 어떠한 종류보다도 그 수효가 많았다"고 합니다.

서공임은 경향신문 인터뷰(2022년 1월 24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까치는 기쁜 소식, 모란은 부귀 등 민화에는 그림마다 각기 다른 상징성이 있는데 우울한 것은 없고 모두 다 행복한 상징이에요."

소재 읽기 2 — 책거리, 책가도

책과 도자기, 문방구 같은 기물이 책가(책장) 안에 놓인 모습을 그린 그림이 책가도이고, 우리말로는 책거리라고도 합니다. 책가 없이 물건만 늘어놓은 그림까지 아우르니 책거리가 더 넓은 이름이라고 사전은 설명합니다. 사전은 18세기 후반 책으로 문치(文治)를 하려던 정조의 구상에 따라 화원이 그린 것을 시초로 추정합니다. 정조는 신한평과 이종현이 책거리를 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양을 보냈을 만큼 이 그림에 애착이 컸다고 합니다.

19세기에 민화로 퍼지면서 모습이 달라집니다.

"궁중화풍의 책가도는 19세기 민화로 확산되면서, 책가가 있는 책거리보다 책가가 없는 책거리가 더 성행했다. 그것은 민화 책거리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책가가 있는 것보다는 책가가 없이 책을 비롯한 기물들을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서로 아무 연관 없는 물체를 한 화폭에 모아 구도와 색의 균형을 맞추는 이 그림을 사전은 색조의 조화가 아름다워 "민화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소재 읽기 3 — 십장생도, 일월오봉도, 문자도

십장생도는 오래 사는 것들을 모아 장수를 비는 그림입니다. 해, 구름, 산, 물, 바위,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가 보통 꼽히고, 그림에는 대나무와 천도복숭아가 더해져 열 가지를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에 놓였던, 다섯 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를 그린 병풍입니다. 사전은 국왕의 존재를 상징하는 궁중회화로 평가하면서, 「민화」 항목에서는 장생도의 성격을 지닌 그림으로 함께 다룹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청와대는 서공임이 그린 일월오봉도를 선물했습니다.

문자도는 글자의 뜻과 관계있는 고사 속 사물을 한자 획 속에 그려 넣은 그림으로, 그림글씨, 꽃글씨라고도 불립니다. 효제충신 예의염치(孝悌忠信 禮儀廉恥)를 그린 문자도는 윤리와 도덕의 교화를 목적으로 한 대표적인 유교 민화이고, 백수백복, 길상 같은 글자로 복을 비는 문자도도 있습니다.

오늘의 민화 — 씨앗페 출품작으로 읽기

같은 도상이 오늘의 작가들에게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씨앗페 출품작으로 봅니다.

책거리 — 쌓아 올린 물건들

신예리, 〈책거리〉, 2020, 염색한지 위에 분채 — 서랍 달린 상자와 두루마리, 꽃병이 쌓인 화면
신예리, 〈책거리〉, 2020, 염색한지 위에 분채 — 서랍 달린 상자와 두루마리, 꽃병이 쌓인 화면

신예리의 〈책거리〉는 서랍 달린 붉은 상자와 두루마리, 꽃병, 선인장 화분, 붓통이 서로 기대며 위로 쌓인 그림입니다. 책을 꽂은 칸이 없습니다. 사전이 말한 책가 없는 책거리의 구성입니다. 신예리의 이야기는 신예리의 야형화접도에 있습니다.

  • 68.3x103.5cm · 염색한지 위에 분채 · 2020 · ₩6,000,000
  • 작품 페이지

이문형의 〈책거리x살바도르 달리〉에서는 복숭아꽃이 핀 가지에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가 걸리고 고양이가 책더미 곁에 앉습니다. 연관 없는 물체를 모으는 책거리의 문법에 오늘의 미술사 속 얼굴이 들어왔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호작도의 고양이가 마티스의 서재로 들어가기까지에 있습니다.

  • 40.9x60.6cm · 한지위에 수묵채색 · 2025 · ₩840,000
  • 작품 페이지

조신욱의 〈배가 있는 책가도〉는 책가도의 칸을 일상의 사물로 채웁니다. 서가 칸 맨 왼쪽 책등에는 작품 제목과 작가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작가는 "삶의 평범한 순간들을 특별함으로 변환시킨다"고 소개합니다.

일월오봉도 — 궁중의 구성을 작은 화면으로

신광숙, 〈일월오봉도 No.1〉, 2026, 비단에 분채, 51.5x32cm
신광숙, 〈일월오봉도 No.1〉, 2026, 비단에 분채, 51.5x32cm

신광숙의 〈일월오봉도 No.1〉은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와 폭포를 모두 두고 산의 형태와 질감만 단순하게 바꿨습니다. 작가는 "여백과 절제된 색채를 통해 전통 민화가 지닌 상징성을 현대의 미감으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적었습니다. 어좌 뒤에 서던 대형 병풍의 구성이 51.5x32cm 화면에 들어왔습니다. 작가의 글은 궁중의 그림을 홍성에서 다시 그리는 사람입니다.

호랑이 — 산속의 붉은 윤곽

김은화, 〈산중희호〉, 2025, 순지에 동박, 먹, 분채, 70x50cm — 겹겹의 봉우리 오른쪽에 붉은 선으로 그린 호랑이
김은화, 〈산중희호〉, 2025, 순지에 동박, 먹, 분채, 70x50cm — 겹겹의 봉우리 오른쪽에 붉은 선으로 그린 호랑이

김은화의 〈산중희호〉에서 호랑이는 오른쪽 노란 봉우리 위에 붉은 선으로만 앉아 있습니다. 붉은 하늘 아래 화면을 채우는 것은 청록과 파랑, 연두, 노랑의 봉우리들이고 그 사이로 줄무늬 폭포가 내립니다. 호랑이를 앞세우던 까치호랑이 그림과 달리 산을 먼저 그리고 호랑이를 그 안에 들인 구도입니다. 작가는 「산중희호」 연작을 소개하며 "산의 리듬 속에 스며든 호랑이는 길상과 수호의 존재"라고 적었습니다.

  • 70x50cm · 순지에 동박, 먹, 분채 · 2025 · ₩2,000,000
  • 작품 페이지

서공임의 〈영웅〉은 반대로 호랑이가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붉은 바탕에서 등을 휘고 이쪽을 돌아보는 호랑이와 소나무 가지의 까치는 까치호랑이의 도상 그대로이고, 이력은 서공임 — 호랑이를 사람의 얼굴로 그린 현대 민화가에 있습니다.

문자도와 모란도 — 글자는 꽃이 되고, 모란은 자수가 된다

고미경의 〈FLOWER〉는 작가 소개에 따르면 "민화의 문자도 형식에서 출발하여 문자를 꽃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글자는 치(治)로, 작가에게는 치유와 다스림을 뜻합니다. 글은 문자도를 꽃으로 다시 쓰는 민화 작가에 있습니다.

  • (65.2x33cm)x2 · 장지 위에 혼합 재료 · 2023 · ₩2,000,000
  • 작품 페이지

송광연은 작품 설명에서 모란도를 "한국 전통 민화의 부귀와 기복의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의 핵심 조형 언어"라고 적고, 아크릴 회화로 자수의 질감을 냅니다. 작품은 나비가 실을 끌고 갑니다와 작가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쓰임이 바뀌면 칸이 바뀐다

서공임은 2014년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잖아요. 아파트에는 기존의 민화보다 색깔이 있고 단순한 민화가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사는 공간에 맞춰 크기와 구도를 바꾸던 민화의 원칙이 그대로 이어진 대답입니다. 병풍이 서던 방이 아파트의 거실과 현관으로 바뀌었고, 책가도 칸에 기차와 어선이 들어앉고, 일월오봉도가 작은 화면으로 줄고, 호랑이가 산속으로 물러나 붉은 선이 되었습니다. 도상은 같고 칸이 바뀐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민화는 한마디로 무엇인가요? A. 사전은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로 정의합니다. 나쁜 기운을 쫓고 복을 맞이하는 뜻으로 병풍, 벽, 대문 같은 생활 공간에 쓰이던 그림입니다.

Q. 민화는 누가 그렸나요? A. 도화서 화원과 그 제자, 화공,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고 사전은 설명합니다.

Q. 책가도와 책거리는 같은 말인가요? A. 책가도는 책장 안에 기물이 놓인 그림이고, 책거리는 책가 없이 기물을 늘어놓은 그림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이름입니다.

Q. 호랑이와 까치를 같이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호랑이는 액막이, 까치는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길상의 상징입니다. 자세한 내력은 호작도란? 까치호랑이 그림의 뜻에 있고, 한국화의 재료와 흐름은 한국화,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로 이어집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민화는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뜻을 걸어 두던 그림이었습니다. 그 쓰임을 알고 나면 책가도 속 기차도, 산속의 붉은 호랑이도 낯설지 않게 읽힙니다. 이 글의 작가들은 서공임, 신예리, 이문형, 조신욱, 신광숙, 김은화, 고미경, 송광연 작가 페이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씨앗페

공유하기

새 작품과 이야기, 메일로 받아보세요

새 작품 소식, 작가 이야기, 상호부조 기금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 수집·발송(뉴스레터 목적)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돼요.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