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앞에서 재료의 이름보다 먼저 볼 것은 만든 방식입니다. 깎았는지, 빚어 붙였는지, 녹인 것을 부었는지, 이어 붙여 세웠는지. 청동 주조와 철 용접, 나무와 돌 깎기, 흙과 석고 빚기를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조각 열세 점으로 눈에 익힙니다.
조각 재료 지도 — 청동·철·나무·돌·흙·수지, 만드는 방식으로 눈에 익히는 법

조각 앞에 서면 라벨의 재료란에 브론즈, 철제, 판각, 석고 같은 낱말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철제'가 가는 선으로 서 있기도 하고 녹슨 판으로 벽에 걸리기도 해서, 낱말만으로는 눈앞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 글은 눈앞의 표면에서 출발합니다. 윤곽이 덩어리인지 선인지, 표면에 칼이 지나간 자리가 있는지, 손으로 누른 흔적이 금속에 옮겨 앉아 있는지. 영국 테이트의 미술 용어 풀이는 조각을 만드는 기본 과정을 네 가지로 정리합니다. 깎기(carving), 빚기(modelling), 붓기(casting), 세우기(constructing)입니다. 재료는 저마다 이 가운데 하나와 가장 자주 짝을 이루니, 만든 방식을 알면 재료의 이름이 뒤에서 따라옵니다.
도자와 테라코타의 유약·소성은 도자 기법 지도(공개 예정)에서, 판을 새겨 찍는 목판은 판화 기법 지도(공개 예정)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은 입체 작품의 재료만 따라갑니다.
한눈에 보는 지도
| 만드는 방식 | 재료 | 표면에서 먼저 보이는 것 | 씨앗페에서 만나는 작품 |
|---|---|---|---|
| 붓는다 | 청동 | 원형의 손자국, 갈색과 초록의 산화층 | 강희덕, 심정수 |
| 칠해 마감한다 | 레진 위 도장 | 이음선 없이 매끈하게 반짝이는 도막 | 양순열 |
| 이어 붙인다 | 철 | 덩어리보다 선과 판, 뚫린 공간, 녹 | 김주호, 최병수, 한 숙 |
| 깎는다 | 나무 | 나뭇결과 그 위에 남은 칼자국 | 정찬민, 기조 |
| 깎는다 | 돌 | 정으로 쪼은 거친 면에서 갈아 낸 면까지 | 이재민(돌을 화면에 들인 작업) |
| 빚는다 | 흙, 석고 | 손으로 누르고 덧붙인 결 | 한애규, 박소형 |
| 섞는다 | 시멘트, 오브제 | 굳은 시멘트의 거친 면, 눌러 박은 격자 자국 | 안충국 |
붓는다 — 청동과 레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주조법을 거푸집에 녹인 쇳물을 부어 형태를 만드는 금속공예 기법으로 풀이합니다(최공호). 같은 형태를 여러 점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 결과는 거푸집의 정교함에 좌우된다고 적습니다. 청동은 구리에 주석이 10% 이상 섞인 합금입니다(김진한, 「청동기」).
조각에서 이 과정은 원형에서 시작합니다. 테이트는 많은 조각이 점토나 왁스, 석고로 형태를 빚고, 그것으로 틀을 만들어 녹인 재료를 붓는 순서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에서도 예로부터 불상과 종을 만들 때 써 온 밀랍 주조법은 이 순서가 선명합니다. 밀랍으로 원형을 만들고, 진흙으로 감싸 굳히고, 열을 가해 밀랍을 녹여 내고, 비어 버린 자리에 쇳물을 붓습니다(장원연, 「밀랍」). 밀랍이 녹아 사라진 자리가 곧 작품의 모양이 됩니다.
그래서 청동 조각을 눈으로 알아보는 단서는 두 가지입니다.
- 원형의 손자국이 금속으로 옮겨 앉아 있다. 점토를 누른 자리, 칼로 긁은 자리, 천을 구긴 듯한 주름이 단단한 금속 위에 그대로 굳어 있습니다.
- 표면에 얇은 색의 층이 있다. 테이트는 파티나(patina)를 청동 조각 표면의 뚜렷한 초록 또는 갈색 층으로 설명합니다. 공기와 날씨의 산화로 저절로 생기기도 하고, 화학 약품으로 입히기도 합니다. 구리는 건조한 공기에서는 산화하지 않지만 수분이 많은 공기에서는 녹이 슬어 녹청이 된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구리」 항목이 적습니다.

심정수, 〈춤사위〉 — 긴 옷을 두른 여인이 고개를 화면 오른쪽으로 돌려 입을 벌리고 서 있습니다. 화면 왼쪽의 팔은 둥근 물건을 옆구리에 끼고, 화면 오른쪽의 손은 허리에 얹었습니다. 발밑에는 가장자리가 물결치듯 불규칙한 납작한 바닥판이 웅덩이처럼 퍼져 있습니다. 옷은 천을 구겨 쥔 듯한 주름과 손으로 눌러 만든 면으로 덮여 있고, 그 요철이 갈색 금속에 그대로 굳어 있습니다. 원형을 빚던 손의 속도가 금속이 되어 남은 모습입니다. 작가의 이력은 심정수 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48x65x25cm · 브론즈 · 1983 · ₩15,000,000
- 작품 페이지 →
강희덕, 〈겨울 아이〉 — 글 맨 위의 작품입니다. 두건 달린 두툼한 옷이 산봉우리처럼 솟고, 그 그늘 아래로 얼굴 하나가 나옵니다. 옷은 깊게 패인 주름과 꺼끌꺼끌한 결로 덮이고 갈색 바탕에 밝은 점이 흩뿌려져 있는데, 볼과 이마는 매끄러워서 빛을 받으면 반짝입니다. 아래쪽으로는 맨발 두 짝이 삐져나오고 발가락은 하나씩 나뉘어 있습니다. 거칠게 다룬 면과 매끈하게 다듬은 면이 한 덩어리에 나란히 있어서, 원형 단계에서 손이 어디에 오래 머물렀는지가 읽힙니다. 조각가의 이력은 강희덕 편에 있습니다.
- 21x35x37cm · 브론즈 · 2020 · ₩4,000,000
- 작품 페이지 →
레진 — 도료로 마감한 매끈한 조각
테이트는 주조에 쓰는 재료로 녹인 금속 외에 플라스틱, 고무, 유리섬유를 듭니다. 월간미술의 『세계미술용어사전』도 현대 조각의 재료로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리를 꼽습니다. 씨앗페에서 이 갈래를 보여 주는 작가가 양순열입니다. 출품작 재료란에 'Car paint on resin'이라 적혀 있습니다. 레진으로 만든 형태 위에 자동차 도료를 입힌 작업입니다. 작가를 다룬 양순열 편에서 이 표면이 거울처럼 빛나고, 이름에 'Matte'가 붙은 작품은 광택을 죽인 마감이라고 설명합니다.

양순열, 〈Ottogi Earthy Rainbow〉 — 둥근 빨간 머리와 가는 목, 주황빛 어깨, 연두를 지나 파랑으로 내려가 맨 아래에서 짙은 보라가 되는 종 모양의 몸입니다. 이음선이 어디에도 없고, 표면에 밝은 반사가 맺힙니다. 칼자국도 손자국도 보이지 않는 대신 도막이 한 겹으로 흐르는 것이 레진 위 도장의 얼굴입니다. 청동이 손의 흔적을 남기는 재료라면, 이쪽은 흔적을 도료 아래로 덮어 매끈한 면을 만드는 재료입니다.
- 40x40x90cm · Car paint on resin · 2021 · ₩18,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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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붙여 세운다 — 철
철 조각은 금속을 이어 붙이는 데서 갈래가 갈립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용접조각」(김이순)은 금속으로 조각을 만드는 방법을 넷으로 나눕니다. 녹여서 형태를 만드는 주조, 두드리고 늘여서 변형하는 단조, 볼트나 리벳으로 잇는 결합, 그리고 불꽃으로 녹여 접합하는 용접입니다. 용접조각은 가스나 전기 용접으로 금속을 이어 붙여 형상을 만드는 기법으로, 철로 만들면 '철조'라고도 부릅니다.
같은 항목에 따르면 용접은 한국에 1950년대 후반에 들어왔고, 한국전쟁 뒤 물자가 모자라던 시절 고철을 모아 만드는 조각으로 널리 퍼졌습니다. 불꽃으로 금속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형상을 고칠 수 있어서, 조각은 단단한 덩어리라는 전통적 개념이 풀렸다고 항목은 설명합니다. 송영수가 1957년 국전에 낸 「효(曉)」는 새를 선으로 단순화하고 꼭대기에 초승달을 올린 철 용접조각으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를 두고 덩어리 중심이던 석고·돌·나무 조각과 달리 공간을 정의하고 품는 조각이 등장한 사례로 짚습니다.
그래서 철 조각 앞에서는 덩어리보다 선과 판, 그리고 비어 있는 공간을 먼저 봅니다.

김주호, 〈사랑만들기〉 — 철판 한 장의 실루엣이 사각 받침 위에 서 있습니다. 머리를 곧추세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오른쪽 인물의 몸에서는 ㄱ자로 꺾인 팔다리 하나가 바깥으로 뻗어 나옵니다. 둘의 몸이 만나는 가운데에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빛이 그대로 통과합니다. 형태의 핵심이 철이 없는 곳에 있습니다. 윤곽의 가장자리에는 절단의 거친 결이 남아 있습니다. 작가의 이력은 김주호 편에 있습니다.
- 33x20x9cm · 조각 철판 8T · 2013 · ₩1,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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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 〈그림움이 물들면〉 — 사진 속에서는 노을이 지는 들녘 길가에 서 있습니다. 땅에서 올라온 가는 철 띠가 목선을 따라 휘어 오르며 턱, 입술, 코, 이마의 굴곡을 차례로 그리고, 맨 위에서 연꽃 한 송이로 피어납니다. 얼굴은 왼쪽을 향합니다. 면이 한 군데도 없는데 얼굴이 읽힙니다. 선 하나가 공간을 얼굴 안과 밖으로 나누는 모습은 백과사전이 「효」를 두고 짚은 '공간을 정의하고 내포하는' 조각과 닿아 있습니다. 긴 변이 5미터라서 벽 앞보다 마당이나 로비처럼 거리를 두고 볼 자리를 필요로 합니다. 작가의 걸개그림 이력은 최병수 편에 있습니다.
- 32x140x500cm · 철제 · 2025 · ₩5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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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을 삭히는 조각 — 부식
철은 녹이 슬어 색이 변하는 금속입니다. 한 숙은 그 변화를 작업의 방법으로 삼는 작가입니다. 한 숙 편에 따르면 철판을 부식시키고 그 위에 채색하기를 거듭해 꽃의 형상을 만듭니다.

한 숙, 〈오늘 꽃으로 피어나다〉 — 세 조각이 흰 벽에 나란히 걸려 그림자를 떨굽니다. 왼쪽 조각은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두 팔을 벌린 채 등을 보이는 모습이고, 손과 발은 녹슨 쇠의 갈색 그대로입니다. 가운데 조각에서는 같은 사람이 앞으로 고꾸라지듯 기울어 몸의 절반이 청록빛 둥근 면 속으로 스며들고, 오른쪽에서는 사람의 형상이 사라지고 녹슨 갈색 테두리 안에 청록빛 얼룩이 가득한 둥근 판만 남습니다. 흰 칠은 매끈하게 올라앉고, 맨 철은 거칠게 삭아 있어서 같은 판 위에 두 종류의 표면이 만납니다. 가격은 한 점 기준으로 적혀 있습니다.
- 30x23cm · 철판 부식 채색 · ₩200,000 (1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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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낸다 — 돌과 나무
테이트는 깎기를 도구로 단단한 덩어리를 베거나 긁어 형태를 만드는 기법으로 정의하고, 재료로 돌, 나무, 상아, 뼈를 듭니다. 깎기의 흐름을 바꾼 것이 직접 조각(direct carving)입니다. 미리 만든 모형을 따라 새기는 대신, 새기는 과정이 최종 형태를 이끌게 하고 재료의 본래 색과 결이 드러나도록 표면을 정돈하는 접근입니다.
월간미술의 사전은 두 재료의 성질을 이렇게 가릅니다. 돌은 기후 변화에 잘 견디고 질감과 경도가 고르며 구하기 쉬워서 기념 조각이나 건축 조각에 자주 쓰였습니다. 나무는 돌보다 내구성이 약하고 기온과 습도에 따라 쉽게 변해서 주로 실내 조각에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돌 — 정 자국에서 갈아 낸 면까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석수」(장경희)는 돌을 다듬는 단계를 순서대로 적습니다. 마름질한 돌의 튀어나온 부분을 털어 내는 혹두기, 뾰족한 정으로 큰 요철을 떼는 거친정다듬, 요철을 더 잘게 줄이는 고운정다듬, 도드락망치로 면을 평탄하게 하는 도드락다듬이 있고, 그 뒤로 잔다듬과 갈기가 이어집니다. 고운정다듬을 거친 돌은 멀리서는 평탄해 보여도 가까이서는 작은 정 자국이 남아 있다고 항목은 설명합니다. 국토의 25%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석재로도 화강암이 가장 많이 쓰인다고 항목은 적습니다.
돌 조각 앞에서는 그러므로 표면의 거칠기를 단계로 읽으면 됩니다. 정 자국이 보이면 쪼아 낸 면, 자국이 지워져 빛이 번지면 갈아 낸 면입니다.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 돌을 깎는 대신 돌을 화면으로 가져온 작업입니다. 왼쪽에는 벽에 낸 감실처럼 세로로 길게 들어간 홈이 있고, 그 안에 검은 갈색에 주황빛 얼룩이 도는 실제 돌 하나가 서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같은 결의 거대한 회색 바위가 물안개에 발치를 묻은 채 그려져 있고, 하늘 높이 회색 둥근 천체가 떠 있습니다. 작은 실제 돌 곁에서 그려진 바위가 산처럼 커 보이는 것이 이 화면의 구도입니다. 화면 전체가 회색과 옅은 청색인데 실제 돌만 갈색을 띠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작업 방식은 이재민 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 61x61cm ·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 2023 · ₩4,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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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마르는 재료를 다루는 법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목조각장」(허균)은 불상을 만드는 목조각의 공정을 풀이합니다. 목재를 준비하고, 자연 건조하거나 열로 말립니다. 결의 상태를 보고 견고하게 이을 수 있도록 재단한 부재를 임시로 맞붙여 전체 부피를 만든 뒤 자귀와 칼로 불필요한 부분을 쳐 냅니다. 대강 깎은 뒤에는 붙였던 부재를 다시 떼어 냅니다. 항목은 이 과정이 목재의 갈라짐을 막고 안에 복장을 넣을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아교나 찹쌀풀로 다시 이어 붙이고, 접착이 자리를 잡고 나뭇결이 안정되도록 일정 기간 둔 다음 채색합니다.
말리는 단계와 채색 전에 기다리는 단계가 공정에 따로 들어 있는 것은, 나무가 기온과 습도에 따라 변하는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나무판에 칼로 새기는 목판도 나무를 깎는 일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조판」(권진호)은 목판본의 조판을, 정서한 등재본을 나무판에 뒤집어 붙이고 각수가 그 위를 새기는 일로 설명합니다. 씨앗페에는 새긴 판 자체를 화면으로 보여 주는 정찬민의 판각이 있습니다.

정찬민, 〈재현 목판- 북〉 — 화면 위쪽에 격자무늬를 두른 둥근 북이 걸리고, 그 아래로 검은 갈색의 인물이 무릎을 굽힌 채 한 손에 북채를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왼쪽에는 부채를 든 청록색 춤꾼, 오른쪽에는 연두색 춤꾼이 작게 새겨져 있고, 왼쪽 위와 오른쪽 위에는 붉은 문양, 오른쪽 아래에는 붉은 낙관이 찍혀 있습니다. 바탕의 밝은 나무에는 가로로 물결치는 결이 촘촘히 살아 있고, 그 위로 칼로 판 굵은 윤곽선이 지나갑니다. 다른 판각은 정찬민 작가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48x29cm · 판각 · 2026 · ₩1,500,000
- 작품 페이지 →

기조, 〈The Stare〉 — 분홍 바탕 한가운데에 작은 동물의 얼굴이 정면을 바라봅니다. 반짝이는 검은 눈, 분홍빛 코, 갈색에서 회색으로 옮겨 가는 털. 가까이 보면 털이 한 올씩 가는 결로 도드라져 있고, 그 위로 색이 얹혀 있습니다. 재료란의 '목각과 채색'이 가리키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그림처럼 보이는 화면에서 깎은 층이 빛을 받아 털의 결을 만듭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기조 작가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60.6x72.7cm · 화판에 목각과 채색 · 2025 · ₩1,400,000
- 작품 페이지 →
빚어 붙인다 — 흙과 석고
월간미술은 소조를 점토 등으로 모형에 살을 덧붙여 삼차원의 표현을 주는 조형 기법으로 설명합니다. 오랫동안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점토와 왁스가 대표 재료이고, 새겨 넣어 형을 만드는 목조와 석조에 비해 크기와 요철을 붙이는 방법이 자유롭다고 합니다. 테이트도 빚기를 더해 가는 과정으로 정의하면서, 점토나 왁스 같은 부드러운 재료는 고쳐 가며 다시 만질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깎기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빚기는 고쳐 쓸 수 있는 일입니다.
빚은 흙을 구우면 테라코타가 됩니다. 월간미술은 테라코타를 '구운 흙'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조각이나 건축 장식용 제품에 쓰는 재료로 설명합니다. 유약과 소성의 이야기는 도자 기법 지도(공개 예정)에 있고, 여기서는 조각의 눈으로 봅니다.

한애규, 〈달을 든 여인〉 — 얼굴과 팔, 발은 주황빛 흙색이 거칠게 드러나 있고, 가슴부터 치마까지는 분홍기 도는 흰색이 얹혀 위아래로 긁힌 결이 촘촘합니다. 배 앞에는 크림색 초승달이 안겨 있습니다. 윤이 도는 곳이 한 군데도 없고, 거칠게 눌린 자리와 긁은 결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서 있는 받침은 나무 단면이어서 나이테가 원을 그립니다. 이 작품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작가의 작업은 한애규 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크기 확인 중 · 테라코타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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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코타는 벽에 붙는 장식으로도 오래 쓰였습니다.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이 의뢰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 건물 내벽을 꾸민 1973년의 테라코타 부조가 한 예입니다. 오윤·오경환·윤광주가 함께 만든 단면 부조입니다. 입체로 서는 환조와 벽에 붙는 부조는 같은 흙에서 갈라지는 두 길입니다. 월간미술의 『세계미술용어사전』은 부조를 평면에서 요철의 기복으로 형상을 도드라지게 하는 조형으로, 돌출 정도에 따라 고부조, 반부조, 저부조로 나눈다고 적습니다.
석고 — 원형이면서 완성작이기도 한 재료
월간미술은 석고를 조각의 원형과 주형을 뜨는 데 쓰는 재료로, 기존 원작을 복제하는 데도 이용된다고 설명합니다. 앞서 청동 주조에서 석고가 원형의 재료로 등장했듯, 석고는 대개 완성작의 뒤편에서 일하는 재료입니다. 박소형의 작품에서는 이 재료가 앞으로 나와 있습니다.

박소형, 〈어린왕자의 장미〉 — 아래가 넓고 가운데가 좁아졌다 위로 둥근 판이 얹히는 작은 탁자 같은 구조물입니다. 흰 석고가 눌린 듯 흘러내린 듯 울퉁불퉁하게 굳어 있고, 표면 곳곳에 파랑, 주황, 빨강, 초록 조각이 박혀 있습니다. 윗판 위 작은 받침에는 장미 한 송이가 고개를 숙인 채 말라 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쓸모를 잃어 버려진 것들을 모아 조합한 구조물에 자연 재료가 결합했다고 소개하며, 꽃이 마르는 동안 조형이 변해 간다고 적었습니다. 석고를 덧바른 자국이 표면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작업 배경은 박소형 편에 있습니다.
- 35x33x83cm · 석고, 박스 · 2022 · ₩1,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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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 쓴다 — 시멘트, 구리, 오브제
테이트는 20세기에 조각을 만드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설명합니다. 주워 온 재료를 붙이는 입체주의 구성에서 시작해, 구부리기, 접기, 꿰매기, 용접, 볼트 조임, 묶기, 엮기, 균형 잡기 같은 기법으로 다양한 재료와 발견된 물건을 엮는 흐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테이트는 어셈블리지(assemblage)를 그런 기법의 하나로 꼽고, 월간미술은 오브제를 일상의 용도에서 떼어 낸 물체라고 풀이합니다. 이쪽 재료는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으므로 라벨의 재료란을 그대로 읽는 편이 빠릅니다.

안충국, 〈무제〉 — 화면의 왼쪽 절반은 그물망을 눌러 격자 자국이 찍힌 회백색 시멘트가 덮고 있고, 격자 사이로 붉은 녹과 파란 얼룩이 번져 있습니다. 오른쪽은 거의 비어 있는 연한 면에 금빛 원 하나, 아래쪽에 붓으로 그은 둥근 자국이 있습니다. 시멘트는 굳으며 두께와 결을 갖고, 구리는 공기와 만나 색이 변합니다. 작가는 시멘트와 구리가 변하는 물성이 자기 행위와 닮아서 일부러 쓴다고 밝혔습니다. 작업 방식은 안충국 편에 있습니다.
- 40x20cm · 캔버스 위에 시멘트, 아크릴 및 혼합 재료 · 2026 · ₩9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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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가 만든 색은 **손금식, 〈환생〉**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낡은 회색 널판 위에 구리 판으로 만든 물고기가 놓여 있습니다. 주황빛 구리색 위에 청록 얼룩이 번졌고, 몸통에는 굵은 노끈이 감겨 있으며 입에는 지폐 한 장이 물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구리 판에 번진 청록은 앞에서 읽은 녹청의 색입니다.
- 600x150cm · 목재 동판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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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앞에서 쓰는 순서
- 윤곽이 덩어리인가, 선과 판인가 — 선과 판, 그리고 뚫린 공간이 형태를 이루면 이어 붙인 금속 조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철 용접이나 철판 작업을 떠올려 봅니다.
- 손으로 누른 자국이 금속에 굳어 있는가 — 주름과 요철이 단단한 갈색 금속에 옮겨 앉았다면 주조한 금속 조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 표면에 얇은 갈색이나 초록의 층이 있는가 — 청동이나 구리의 산화층, 곧 파티나나 녹청입니다.
- 이음선 없이 도막이 한 겹으로 흐르는가 — 도료로 마감한 조각입니다.
- 칼이 지나간 방향이 나뭇결을 따라 보이는가 — 나무를 깎거나 판각한 작업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결을 따라가 봅니다.
- 정 자국이 남아 있는가, 갈아 낸 면인가 — 돌의 마감 단계를 읽는 단서입니다.
- 손가락 자국과 긁은 결이 그대로인가 — 흙이나 석고를 빚어 붙인 작업입니다.
눈으로 짐작한 뒤에 라벨의 재료란과 맞춰 보면 됩니다. 재료별 보관 요령은 미술품 보관과 관리에, 씨앗페의 조각과 도자 작가들은 손으로 빚는 예술 — 씨앗페의 조각과 도자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함께한 연대자들이고, 상설 온라인 갤러리 작품의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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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조각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나요? A. 테이트의 미술 용어 풀이는 조각을 깎기, 빚기, 붓기, 세우기의 네 가지 기본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깎기는 돌이나 나무 같은 단단한 덩어리를 도구로 베거나 긁어 내는 일이고, 빚기는 점토나 왁스처럼 부드러운 재료를 덧붙여 가는 일입니다. 붓기는 틀을 만들어 녹인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붓는 일이고, 세우기는 여러 재료를 이어 붙여 구성하는 일입니다.
Q. 청동 조각은 어떻게 만드나요? A. 청동은 구리에 주석이 10% 이상 섞인 합금입니다. 전통적인 밀랍 주조는 밀랍으로 원형을 만들어 진흙으로 감싸 굳히고, 열로 밀랍을 녹여 낸 빈 자리에 쇳물을 붓는 방식입니다. 테이트에 따르면 많은 조각이 점토나 왁스, 석고로 빚은 원형으로 틀을 떠서 만들어집니다.
Q. 청동 표면의 초록이나 갈색 층은 무엇인가요? A. 파티나입니다. 테이트는 청동 조각 표면의 뚜렷한 초록 또는 갈색 층으로 설명합니다. 공기와 날씨의 산화로 저절로 생기기도 하고, 화학 약품으로 입히기도 합니다. 구리는 수분이 많은 공기에서 녹이 슬어 녹청이 된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적습니다.
Q. 용접조각이란 무엇인가요? A. 가스나 전기 용접으로 금속을 이어 붙여 형상을 만드는 조각 기법입니다. 철로 만들면 철조라고도 합니다. 한국에는 1950년대 후반에 들어왔고, 고철을 모아 만드는 조각으로 1950~60년대에 널리 퍼졌습니다.
Q. 나무 조각은 왜 갈라지기 쉬운가요? A. 나무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변하는 재료입니다. 불상을 만드는 목조각에서는 목재를 말리고, 대강 깎은 뒤 붙였던 부재를 다시 떼어 갈라짐을 막는 공정을 거칩니다. 월간미술의 사전도 나무가 돌보다 내구성이 약해 주로 실내 조각에 쓰였다고 설명합니다.
Q. 석고는 어떤 재료인가요? A. 조각의 원형을 만들고 주형을 뜨는 데 쓰는 재료이고, 기존 원작을 복제할 때도 이용됩니다. 박소형의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석고를 완성작의 재료로 쓰기도 합니다.
Q. 테라코타와 도자는 어떻게 다른가요? A. 테라코타는 구우면 단단해지는 점토의 성질을 이용한 조각이나 건축 장식 재료입니다. 유약과 소성 온도로 갈리는 도자의 이야기는 도자 기법 지도(공개 예정)에서 정리했습니다.
Q.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서 지금 만날 수 있는 조각은 무엇인가요? A. 강희덕 〈겨울 아이〉(₩4,000,000), 심정수 〈춤사위〉(₩15,000,000), 김주호 〈사랑만들기〉(₩1,000,000), 최병수 〈그림움이 물들면〉(₩50,000,000), 한 숙 〈오늘 꽃으로 피어나다〉(1점당 ₩200,000), 양순열 〈Ottogi Earthy Rainbow〉(₩18,500,000), 박소형 〈어린왕자의 장미〉(₩1,500,000)입니다. 조각 카테고리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참고한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 주조법(최공호), 단조법(최공호), 청동기(김진한), 밀랍(장원연, 청주고인쇄박물관), 구리(문상호·강인찬), 용접조각(김이순), 효(김이순), 석수(장경희, 한서대학교), 목조각장(허균), 조판(권진호)
- Tate, Art Terms — Sculpture, Patina, Direct carving, Assemblage
- 월간미술, 세계미술용어사전 — 조각, 소조, 주조, 부조, 오브제, 테라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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