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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 같은 짐승이 목판·수채·먹·아크릴·연필 위에서 달라지는 열네 가지 방식

미술 산책 · 발행 2026년 10월 4일 · 씨앗페

동물 그림도 열네 점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짐승이 열네 가지로 서 있습니다. 검은 능선 위를 나는 매 한 마리, 갈대 곁에 선 백로, 마주 선 붉은 수탉 두 마리와 꽃무늬 옷을 입은 수탉, 신문 조각이 날리는 불꽃 속의 붉은 말, 꽃밭에 몸을 낮춘 여우, 추상 안에 숨은 늑대, 깃 사이에 연필 메모를 적어 둔 원앙까지.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작품으로 재료와 시선이 동물을 어떻게 바꾸는지 읽습니다.

동물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 같은 짐승이 목판·수채·먹·아크릴·연필 위에서 달라지는 열네 가지 방식

최병수, 〈장산곶매〉, 한지에 목판, 84.7x45.6cm — 흰 하늘 왼쪽 아래에서 검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오른쪽에서는 겹겹이 포개진 검은 능선이 왼쪽 위로 가늘게 멀어진다
최병수, 〈장산곶매〉, 한지에 목판, 84.7x45.6cm — 흰 하늘 왼쪽 아래에서 검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오른쪽에서는 겹겹이 포개진 검은 능선이 왼쪽 위로 가늘게 멀어진다

동물 그림은 한 장씩 보면 모두 짐승이고 새입니다. 열네 점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짐승이 열네 가지로 서 있습니다. 어떤 화면에서는 새 한 마리가 검은 능선 위의 허공을 혼자 가로지르고, 어떤 화면에서는 수탉 두 마리가 붉은 깃을 곤두세운 채 마주 봅니다. 말은 신문 조각이 날리는 불꽃 속을 달리고, 여우는 꽃밭에 몸을 낮추고, 늑대는 이름만 남은 채 추상의 색 속에 들어갑니다. 연필로 한 장 한 장 그린 원앙의 깃 사이에는 작은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영모화를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으로 풀이합니다. 이 글은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서 동물이 화면의 주인공인 작품 열네 점을 골라, 재료와 시선이 바뀔 때 같은 소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읽습니다. 작품 사이의 비교는 화면에 보이는 선과 색과 구성을 기준으로 합니다. 호랑이와 까치는 이미 따로 읽은 글이 있어서 뒤쪽에서 짧게 이어 드리고, 이 글의 중심은 새와 말과 여우와 늑대와 원앙과 원숭이와 고래입니다.

열네 점 모두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먹과 분채의 구분이 낯설다면 한국화 기법 지도를, 아크릴과 혼합재료는 서양화 재료·기법 지도를, 목판의 결은 판화 기법 지도를 곁에 두고 읽으시면 좋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산과 꽃, 사람과 도시를 읽은 글은 산 · 꽃 · 사람 · 도시 편에 있습니다.

동물 그림에는 이름이 있다 — 영모화와 화조화

작품으로 들어가기 전에, 새와 짐승을 그리는 일이 한국 회화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해 왔는지 짧게 짚어 둡니다. 아래 내용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영모화」(홍선표 집필)와 「화조화」(허영환 집필) 항목에 기댔습니다.

  • 이름의 뜻 — 영모(翎毛)는 새의 깃털과 짐승의 털을 뜻합니다. 원래는 새 그림만 가리켰는데 근세에 새 깃털과 동물 털로 뜻이 넓어져, 지금은 화조화와 동물화를 함께 부르는 말로 쓰인다고 항목은 설명합니다. 산수화와 인물화 다음으로 비중이 컸던 화목이라고 합니다.
  • 왜 그렸나 — 새와 동물은 사람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사는 동반자이고, 그 생태와 쓰임이 인생의 소망과 이어져 "벽사(辟邪)와 길상(吉祥)의 대상"으로 즐겨 그려졌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문인 사대부가 자연의 이치와 시정을 느끼는 매체로도 다루었다고 합니다.
  • 선사시대 — 짐승을 그린 일은 청동기와 반구대 암각화에 선각된 문양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있다고 화조화 항목은 적습니다. 다만 선사시대의 선각화와 삼국시대 고분벽화는 독립된 화목으로 그려진 감상용이 아니라 주술적이고 장식적이며 실용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 고려 — 북송의 곽약허가 1070년경에 쓴 『도화견문지』에 고려 쥘부채에 화목수금(花木水禽)의 그림이 있다고 적혀 있어, 늦어도 11세기 무렵에는 하나의 독립된 화목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 조선 초기 — 성종이 궁정 안에 초목금수를 모아 놓고 화원들에게 사생하게 했고, 영모화는 화원 시험 과목으로 인물화와 함께 3등 과목에 들었다고 합니다. 개와 강아지, 고양이의 천진한 모습을 즐겨 그린 이암이 이 시기를 대표합니다.
  • 조선 중기 — 소와 말, 기러기와 원앙, 까치 같은 소재를 간결한 소경 산수를 배경으로 그렸습니다. 화조화 항목은 이 무렵 한 가지 소재에 능해 이름을 얻은 예로 까치의 조속을 듭니다.
  • 조선 후기 — 변상벽이 고양이와 닭 그림으로, 윤두서가 말 그림으로, 김두량이 개 그림으로, 김홍도가 호랑이와 물오리, 까치, 매, 꿩, 학 그림으로 이름을 남겼다고 두 항목은 적습니다. 화조화 항목은 매의 정홍래, 메추리의 최북, 나비의 남계우처럼 한 소재로 이름을 얻은 직업 화가도 여럿이었다고 덧붙입니다.
  • 조선 말기 — 정통화에서는 침체했지만 민화에서 크게 성행했습니다. 장승업은 매 그림과 기러기 그림, 말 그림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이 흐름에는 이 글에서 만날 닭과 말, 원앙, 호랑이가 이미 들어 있습니다. 화조화 항목은 조선시대에 즐겨 그려진 새로 까치·독수리·꿩·참새·원앙새·물오리·메추리를, 길짐승으로 개·고양이·원숭이·호랑이와 상상 속의 용을 꼽고, 본문에서는 백로를 포함한 물새들도 빈번하게 등장했다고 적습니다. 오늘의 화가들이 같은 소재를 어떤 재료로 다시 그리는지가 이 글의 질문입니다.

날개 달린 것들 — 매, 백로, 수탉, 학

최병수 〈장산곶매〉 — 흰 하늘을 가르는 새 한 마리

글머리의 그림입니다. 흰 종이의 왼쪽 아래 빈 하늘에 검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습니다. 새는 몸이 아주 작게 찍혀 있고, 날개 끝이 곧게 뻗어 하늘을 가릅니다. 오른쪽에서는 검은 능선이 층층이 겹쳐 안쪽으로 줄어들며 왼쪽 위로 가늘게 멀어지고, 가장 가까운 절벽은 화면 오른쪽 끝을 어둡게 덮습니다. 능선마다 흰 선이 파여 있어 바위의 결이 되고, 색은 검정과 종이의 흰색 둘뿐입니다. 새의 크기와 절벽의 크기 사이에서 하늘이 아주 넓게 비어 있습니다.

제목의 장산곶매는 황해도 장산곶의 이야기에서 온 이름입니다. 문화포털에 실린 연극 「장산곶매」(1980) 소개는 장산곶매를 이 지방 민화에 등장하는 장수매이자 마을의 수호신이며 지배계층의 착취에 항거하는 민중의식의 상징이라고 적습니다. 중앙일보는 1980년 12월 20일 기사에서 황석영의 희곡집 『장산곶매』를 소개하며, 표제작이 장편 『장길산』의 프롤로그로 삽입되었던 황해도 장산곶의 민담을 극화한 황석영 최초의 마당극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87년 소형영화인들이 결성한 영화단체 장산곶매의 이름이 이 희곡에서 따온 것이라고 적습니다. 같은 이름이 연극과 영화단체에 이어 1990년의 이 목판에도 붙어 있습니다. 작가의 이력은 최병수 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승곤 〈우이천 백로〉 — 물기 머금은 갈대와 흰 새

이승곤, 〈우이천 백로〉, 종이에 수채, 32x23cm — 연한 회청색 화면 왼쪽에서 흰 새 한 마리가 노란 부리를 오른쪽으로 내밀고 물가에 서 있고, 마른 갈대가 새 곁에 솟으며, 위쪽 멀리 바위 봉우리가 흐릿하다
이승곤, 〈우이천 백로〉, 종이에 수채, 32x23cm — 연한 회청색 화면 왼쪽에서 흰 새 한 마리가 노란 부리를 오른쪽으로 내밀고 물가에 서 있고, 마른 갈대가 새 곁에 솟으며, 위쪽 멀리 바위 봉우리가 흐릿하다

앞의 매가 검정과 흰색의 대비였다면 이 새는 엷은 물빛 속에 서 있습니다. 화면 전체가 옅은 회색과 청회색의 물빛으로 덮여 있고, 왼쪽 아래에서 흰 새 한 마리가 가는 다리로 얕은 물에 서서 노란 부리를 오른쪽으로 뻗습니다. 흰 몸은 가는 선으로 윤곽을 잡고 회색을 엷게 얹어 깃의 결을 냈습니다. 새 옆에서는 갈색 마른 갈대가 얇은 선으로 솟고, 오른쪽 위에서는 물길이 굽이쳐 먼 바위 봉우리 쪽으로 흐릅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백로」 우이천에서 2020.3 승곤'이라는 손글씨와 붉은 낙관이 있습니다.

영모화 항목은 고려 청자와 동경 같은 공예품에 보이는 "서정성 높은" 문양으로 포류수금문, 연지수금문, 노안문(蘆雁文)을 듭니다. 물가의 풀과 물새를 한 화면에 놓는 짜임이 고려 공예의 문양에서부터 보인다는 뜻이고, 이 수채에서는 같은 두 요소가 서울 강북의 하천 풍경 안에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백로」(원병오 집필) 항목은 백로를 백로과 새의 총칭으로 풀고, 우리나라에서는 하천과 호소, 간석지 등 도처에서 눈에 띈다고 적습니다. 같은 항목은 백로가 희고 깨끗하여 청렴한 선비로 상징되고, 그래서 시문과 화조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고 설명합니다. 작가가 삼각산 자락의 동네를 그려 온 이야기는 이승곤 글에 있습니다.

류연복 〈붉은닭〉과 이홍원 〈수닭-화려한 외출〉 — 같은 수탉의 두 얼굴

류연복, 〈붉은닭〉 — 흰 종이 위에 검붉은 수탉 두 마리가 서로 고개를 낮추고 마주 서 있고, 깃은 뾰족한 선으로 곤두서며 다리와 발에는 검정과 흰색의 줄무늬가 번갈아 든다
류연복, 〈붉은닭〉 — 흰 종이 위에 검붉은 수탉 두 마리가 서로 고개를 낮추고 마주 서 있고, 깃은 뾰족한 선으로 곤두서며 다리와 발에는 검정과 흰색의 줄무늬가 번갈아 든다

화조화 항목은 조선시대에 빈번하게 그려진 새 가운데 닭을 꼽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닭」(우한정 집필) 항목은 닭이 새벽을 알리는 동물이어서 그 울음소리가 귀신을 쫓는 벽사의 기능을 가진다고 여겨졌고, 신라 시조 설화에 등장할 만큼 사람과 친밀했다고 적습니다. 같은 항목은 『동국세시기』에 정월 초하루 벽 위에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나기를 빌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씨앗페에는 이 수탉을 아주 다르게 그린 두 점이 있습니다.

〈붉은닭〉은 흰 종이 위에 검붉은 수탉 두 마리를 마주 세웠습니다. 두 마리 모두 몸이 한 덩어리의 붉은 면이고, 깃털은 그 면에서 뾰족하게 뻗는 선입니다. 왼쪽 닭은 꼬리깃을 길게 펼치고 고개를 숙였고, 오른쪽 닭은 목을 움츠린 채 왼쪽을 노려봅니다. 두 마리의 다리와 발에는 검정과 흰색의 줄무늬가 번갈아 들어 있습니다. 배경도 땅도 없이 두 마리의 대치만 있습니다. 화면 아래에는 'A/P' 표기와 손글씨 제목, 서명, 붉은 낙관이 놓여 있습니다.

이홍원, 〈수닭-화려한 외출〉, 캔버스에 한지, 아크릴, 37.9x45.5cm — 노란 바탕을 가득 채운 수탉의 옆얼굴, 붉은 볏과 분홍 부리, 눈 둘레의 소용돌이 같은 동그라미, 꽃무늬로 가득한 파랑 몸통
이홍원, 〈수닭-화려한 외출〉, 캔버스에 한지, 아크릴, 37.9x45.5cm — 노란 바탕을 가득 채운 수탉의 옆얼굴, 붉은 볏과 분홍 부리, 눈 둘레의 소용돌이 같은 동그라미, 꽃무늬로 가득한 파랑 몸통

〈수닭-화려한 외출〉에서는 같은 새가 노랑 바탕 위의 초상이 됩니다. 수탉이 옆얼굴로 화면을 거의 채우고, 붉은 볏 안에 파랑과 주황과 노랑의 띠가 겹겹이 들어앉습니다. 눈은 분홍과 흰색 동심원이고, 부리는 분홍입니다. 목과 몸통은 청색 바탕에 흰 꽃과 붉은 꽃심, 초록 잎을 촘촘히 박은 무늬로 덮여 옷을 입은 듯 보입니다. 색의 경계마다 금빛 가는 선이 돌고, 면이 도톰하게 솟아 있으며, 군데군데 파란 점이 튀어 있습니다. 앞의 닭이 검정과 붉음 두 색으로 싸움 직전을 그렸다면, 이 닭은 물감과 한지의 두께로 치장한 모습을 그렸습니다. 제목이 말하는 '화려한 외출'이 화면 전체의 색으로 풀려 있습니다.

신광숙 〈십장생 No.1〉 — 오래 사는 것들 중 학과 사슴

신광숙, 〈십장생 No.1〉, 비단에 분채, 44.5x36.5cm — 초록 잎 질감 바탕 위로 흰 폭포가 내리고 그 곁에 거북이 붙어 있으며, 오른쪽에 붉은 정수리의 학이 서고, 그 왼쪽 아래로 붉은 버섯 모양 불로초 곁에 흰 사슴이 머리를 아래로 두고 거꾸로 놓였으며, 아래쪽 살구빛 면에는 옅은 전서체 글자 무늬가 깔려 있다
신광숙, 〈십장생 No.1〉, 비단에 분채, 44.5x36.5cm — 초록 잎 질감 바탕 위로 흰 폭포가 내리고 그 곁에 거북이 붙어 있으며, 오른쪽에 붉은 정수리의 학이 서고, 그 왼쪽 아래로 붉은 버섯 모양 불로초 곁에 흰 사슴이 머리를 아래로 두고 거꾸로 놓였으며, 아래쪽 살구빛 면에는 옅은 전서체 글자 무늬가 깔려 있다

이 화면에서는 동물이 여러 자연물 사이의 한 요소로 놓입니다. 위쪽 절반은 청록과 황토빛이 번진 잎 무늬의 면이고,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으로 흰 폭포가 가늘고 길게 내리며 물보라가 화면 아래 흰 구름으로 이어집니다. 폭포 꼭대기의 흰 구름 사이에는 붉은 해가 걸려 있고, 폭포 중간에는 거북 한 마리가 붙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작은 소나무가 서고, 오른쪽에는 붉은 정수리의 학이 긴 목을 위로 곧게 뻗은 채 서 있습니다. 학의 왼쪽 아래에는 붉은 버섯 모양의 불로초와 대나무 잎이 있고, 그 곁에 흰 바탕에 점무늬가 박힌 사슴 한 마리가 머리를 아래로 두고 거꾸로 놓여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폭포를 중심으로 학과 사슴, 소나무, 불로초를 배치했다고 적었습니다. 아래쪽 살구빛 면 위에는 전서체 같은 글자 무늬가 아주 옅게 반복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십장생도」(김재열 집필) 항목은 십장생도를 불로장생을 기원하며 이를 상징하는 소재를 그린 그림으로 정의합니다. 보통 해, 구름, 산, 물, 바위,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를 꼽는데 그림에는 대나무와 천도(天桃)가 많이 다루어져 열 가지를 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항목에 따르면 보통 오른편에서 시작해 중심에 사슴이나 학을 놓고 왼편에 바다와 거북을 그리며, 불로초는 버섯 모양으로 표현합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전통 십장생도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요소를 절제하고 재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화면의 해와 구름, 물, 소나무, 학, 사슴, 거북, 버섯 모양 불로초는 모두 항목이 꼽는 십장생에 들어 있습니다. 작가의 이력은 신광숙 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달리는 것과 웅크린 것 — 말, 여우, 늑대

칡뫼 김구 〈붉은말〉 — 신문 조각이 날리는 불꽃

칡뫼 김구, 〈붉은말〉, 한지 먹 채색, 60x50cm — 갈색과 회색의 소용돌이 속을 붉은 말 한 마리가 왼쪽을 향해 달리고, 말 둘레로 주황과 노랑의 불꽃빛 띠가 감기며, 신문 활자가 찍힌 종이 조각과 작은 색 네모가 사방에 흩어져 있다
칡뫼 김구, 〈붉은말〉, 한지 먹 채색, 60x50cm — 갈색과 회색의 소용돌이 속을 붉은 말 한 마리가 왼쪽을 향해 달리고, 말 둘레로 주황과 노랑의 불꽃빛 띠가 감기며, 신문 활자가 찍힌 종이 조각과 작은 색 네모가 사방에 흩어져 있다

재료에 먹이 들어 있지만 화면은 흑백이 아닙니다. 갈색과 검정이 섞인 소용돌이가 화면 바탕을 이루고, 그 위로 붉은 말 한 마리가 머리를 왼쪽으로 두고 네 다리를 뻗어 달립니다. 말의 윤곽을 따라 흰빛과 노랑, 분홍의 띠가 불꽃처럼 둘러 있고, 오른쪽 위에서는 꼬리로 읽히는 붉은 갈래가 높이 치솟습니다. 왼쪽 위 모서리에는 흰 번개 한 줄이 내려옵니다. 화면 곳곳에는 신문 활자가 찍힌 종이 조각이 날리는데, 가까이 보면 '음모' 같은 글자가 보이고 그 사이로 빨강, 노랑, 파랑, 흰색, 검정의 작은 네모들이 섞여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마도」(장준구 집필) 항목은 한국 말 그림의 기원을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문인화가 윤두서가 말만을 주인공으로 한 본격적인 말 그림을 그렸고, 조선 말기에는 장승업이 말 특유의 동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구현했으며, 현대에는 김기창이 역동적으로 질주하는 말 그림으로 맥을 이었다고 합니다. 이 화면의 말은 풀밭이나 산수 대신 소용돌이와 활자 조각 속을 달립니다. 작가의 먹 작업은 칡뫼 김구 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강석태 〈4시의 행복한 여우〉 — 꽃밭에 몸을 낮춘 노란 형체

강석태, 〈4시의 행복한 여우〉, 장지에 아크릴 채색, 40.9x31.8cm — 하늘색 바탕에 잎이 촘촘한 초록 나무가 왼쪽에 서고, 오른쪽 꽃밭 위로 뾰족한 귀 둘과 초승달처럼 휜 꼬리를 가진 노란 형체가 몸을 낮추고 있다
강석태, 〈4시의 행복한 여우〉, 장지에 아크릴 채색, 40.9x31.8cm — 하늘색 바탕에 잎이 촘촘한 초록 나무가 왼쪽에 서고, 오른쪽 꽃밭 위로 뾰족한 귀 둘과 초승달처럼 휜 꼬리를 가진 노란 형체가 몸을 낮추고 있다

앞의 말이 화면을 가로질렀다면 이 여우는 가만히 있습니다. 맑은 하늘색 바탕의 왼쪽에 잎을 한 장 한 장 새긴 둥근 초록 나무가 서고, 그 아래로 분홍과 파랑과 보라와 연두의 꽃들이 땅을 덮습니다. 오른쪽 꽃밭 위에는 노란 형체 하나가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뾰족한 귀 둘이 위로 솟았고 꼬리는 초승달처럼 크게 휘어 올라 있어서, 눈과 입이 보이지 않는데도 여우로 읽힙니다. 노란색 위에는 검은 잔선이 겹쳐 바탕의 질감이 보입니다. 나무의 잎은 촘촘하고 여우는 단순한 면이라서, 눈이 가는 순서가 나무에서 여우로 이어집니다.

스토니 강 〈늑구의 꿈〉 — 이름만 남은 늑대

스토니 강, 〈늑구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60.6x72.7cm — 살구빛, 연분홍, 연둣빛, 잿빛 결이 부챗살처럼 번지는 추상 화면
스토니 강, 〈늑구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60.6x72.7cm — 살구빛, 연분홍, 연둣빛, 잿빛 결이 부챗살처럼 번지는 추상 화면

이 화면에는 짐승의 형체가 없습니다. 살구빛과 연분홍, 연둣빛, 청회색의 가는 결이 오른쪽에서 부챗살처럼 퍼지고, 왼쪽에는 잿빛의 각진 면이 겹쳐 서 있으며 왼쪽 위 모서리에는 연한 살구색 사각이 걸려 있습니다. 표면은 오일파스텔을 문지른 듯 보슬보슬합니다. 동물은 제목 안에만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동물원을 탈출했다 무사히 돌아온 국민 늑대 늑구가 꿈꾸는 자유와 세상을 추상으로 그렸다고 적고, 온갖 억압과 자본에 포획된 인간도 처지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늑구는 2026년 4월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입니다. 노컷뉴스는 4월 17일 기사에서 늑구가 탈출 9일 만에 오월드에서 약 4km 떨어진 대전 중구 안영동의 안영 IC 인근에서 포획됐다고 전했고, 전자신문(김명선 기자)은 수의사 입회 아래 마취총으로 생포했으며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1은 10월 1일 기사에서 시민들이 '자유를 찾아 떠난 늑대'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무사 귀환을 응원했다고 정리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에도 늑대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상목 집필) 항목은 사슴 같은 발굽동물과 호랑이·표범·늑대 같은 육식동물이 주암면 오른쪽에 많이 새겨져 있다고 적고, 종을 구분할 수 있는 육지동물로 늑대와 여우, 너구리, 멧돼지 등을 꼽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작가의 석 점은 스토니 강 글에서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 60.6x72.7cm ·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 2026 · ₩1,500,000
  • 작품 페이지 →

연필로 먼저 그린 동물 — 故 박생광의 원앙과 원숭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원앙」(원병오 집필) 항목은 원앙이 두 마리가 함께 다닌다고 하여 화목하고 늘 동반하는 부부에 빗대어지며, 동양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고 적습니다. 영모화 항목에는 조선 초기 안귀생의 전칭작 「원앙도」가 원체풍의 사례로 올라 있습니다. 씨앗페에는 故 박생광이 연필로 그린 원앙과 원숭이 드로잉이 있습니다. 박생광의 드로잉이 채색화 이전 단계라는 점은 박생광 글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故 박생광 〈원앙〉 — 깃 사이에 메모가 달린 두 마리

故 박생광, 〈원앙〉, 종이에 연필, 39x27.5cm — 긴 잎 사이에서 원앙 두 마리가 왼쪽을 향해 몸을 겹치고, 깃털 하나하나가 가는 선으로 그려졌으며 깃 사이와 선 끝에 작은 글자가 적혀 있다
故 박생광, 〈원앙〉, 종이에 연필, 39x27.5cm — 긴 잎 사이에서 원앙 두 마리가 왼쪽을 향해 몸을 겹치고, 깃털 하나하나가 가는 선으로 그려졌으며 깃 사이와 선 끝에 작은 글자가 적혀 있다

갈대 같은 긴 잎이 가는 선으로 둘러 있는 가운데, 위쪽 원앙 한 마리가 왼쪽을 보고 있고 그 아래로 다른 한 마리가 부리를 같은 쪽으로 내밀며 몸을 겹칩니다. 위쪽 새의 가슴에는 비늘 같은 깃이 한 장씩 그려져 있고, 아래쪽 새의 목에는 부드러운 털결이 가는 선으로 쌓입니다. 깃 사이에 작은 글자가 박혀 있고, 날개 끝에서는 선이 오른쪽 여백으로 뻗어 나가 그 끝에도 글자가 달려 있습니다. 색은 한 가지도 칠해지지 않았고 연필 선만 있어서, 깃의 개수와 방향이 그대로 읽힙니다. 이 메모가 색을 지정한 것이라는 해석은 박생광 글에 있습니다.

故 박생광 〈원숭이-인도 기행 중〉 — 한 장에 여덟 번의 자세

故 박생광, 〈원숭이-인도 기행 중〉, 종이에 연필 — 연한 종이 위에 원숭이 여덟 마리가 앉고, 매달리고, 팔을 뻗고, 웅크린 자세로 가는 선 몇 줄로만 그려져 있다
故 박생광, 〈원숭이-인도 기행 중〉, 종이에 연필 — 연한 종이 위에 원숭이 여덟 마리가 앉고, 매달리고, 팔을 뻗고, 웅크린 자세로 가는 선 몇 줄로만 그려져 있다

앞의 원앙이 깃 한 장까지 세었다면 이 원숭이들은 몇 줄의 선으로 끝납니다. 한 장의 종이에 원숭이 여덟 마리가 흩어져 있습니다. 왼쪽 위에서는 한 마리가 웅크려 옆을 보고, 가운데 위의 한 마리는 팔을 오른쪽으로 길게 뻗고, 왼쪽 가운데에서는 턱에 손을 괸 한 마리가 정면을 봅니다. 오른쪽 위에는 왼쪽을 보고 선 한 마리가, 오른쪽 아래에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힌 한 마리가 있고, 가운데 아래에서는 한 마리가 비스듬한 막대를 붙잡고 있으며, 왼쪽 아래에는 꼬리를 길게 말아 올린 작은 한 마리가 있습니다. 얼굴은 눈과 코와 입을 짧은 선으로 찍었고, 몸의 면은 비워 두었습니다. 색이 없고 배경도 없어서 시선이 자세에서 자세로 옮겨 갑니다. 제목의 인도 기행은 이 묶음이 여행 중의 기록임을 알려 줍니다. 화조화 항목이 길짐승으로 꼽는 원숭이가 현대의 연필 드로잉에서는 순간의 관찰로 남았습니다.

물속의 것 — 고래

예미킴 〈유영하다I〉 — 비눗방울과 성운 사이의 고래

예미킴, 〈유영하다I〉, MixedMedia on canvas, 45.5x53cm — 청록, 분홍, 노랑의 성운 같은 바탕에 큰 고래와 작은 고래가 헤엄치고, 둘레에서 비눗방울이 별빛을 반짝인다
예미킴, 〈유영하다I〉, MixedMedia on canvas, 45.5x53cm — 청록, 분홍, 노랑의 성운 같은 바탕에 큰 고래와 작은 고래가 헤엄치고, 둘레에서 비눗방울이 별빛을 반짝인다

고래는 화면의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청록빛 큰 고래가 오른쪽 위를 향해 올라가고 흰 주름진 배가 드러나며, 그 아래로 작은 고래 한 마리가 같은 방향으로 헤엄칩니다. 두 마리의 몸에는 가는 흰 선이 결을 만들고, 둘레에서는 비눗방울이 무지갯빛으로 떠서 모서리에 별빛이 번집니다. 바탕은 청록과 분홍, 노랑이 섞인 성운 같은 색이어서 바다인지 우주인지 정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작품에 거대하지만 순수하고 춤과 노래, 여행을 좋아하는 고래와 그들을 지켜보는 별과 비눗방울이 등장한다고 적고, 파도가 요동치는 바다 위나 빛과 색채가 폭발하는 성운 사이를 헤엄치는 고래를 통해 영혼의 자유를 노래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반구대 암각화에서 동물 그림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이 고래이고, 새끼를 업고 있는 어미 고래와 물 위로 도약하는 고래도 새겨져 있다고 적습니다. 또 고래 사냥을 새긴 그림 가운데 약 7천 년 전의 것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신석기시대 바위에 새끼를 업은 어미 고래가 새겨졌듯, 이 캔버스에서도 큰 고래와 작은 고래가 한 화면에 함께 있습니다.

호랑이 — 이미 읽은 글로 이어지는 세 점

호랑이는 이미 여러 글에서 읽었습니다. 까치와 함께 그리는 호작도의 내력은 호작도란? 까치호랑이 그림의 뜻과 민화란 무엇인가에, 호랑이를 사람의 얼굴로 그린 현대 민화는 서공임 글에 있습니다. 화조화 항목은 조선시대 길짐승으로 호랑이를 꼽고 김홍도가 호랑이로 이름을 얻었다고 적습니다. 씨앗페의 호랑이 세 점은 짧게 소개해 둡니다.

이문형,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장지에 채색, 45.5x53cm — 소나무 가지 아래 표범 무늬의 호랑이가 노란 눈과 붉은 입을 정면으로 향한 채 몸을 거꾸로 구부리고, 가지 위에서는 까치가 내려다본다
이문형,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장지에 채색, 45.5x53cm — 소나무 가지 아래 표범 무늬의 호랑이가 노란 눈과 붉은 입을 정면으로 향한 채 몸을 거꾸로 구부리고, 가지 위에서는 까치가 내려다본다

이문형의 〈호작도(호랑이와 까치)〉에서는 표범 무늬의 호랑이가 노란 눈과 붉은 입을 정면으로 향하고, 소나무 가지의 까치가 그 위에서 내려다봅니다. 작가의 이야기는 이문형 글에 있습니다.

김은화, 〈산중희호〉, 순지에 동박, 먹, 분채, 70x50cm — 분홍빛 하늘 아래 청록과 연두와 노랑의 산봉우리가 겹겹이 서고, 오른쪽 푸른 봉우리 위에 붉은 호랑이가 작게 그려져 있다
김은화, 〈산중희호〉, 순지에 동박, 먹, 분채, 70x50cm — 분홍빛 하늘 아래 청록과 연두와 노랑의 산봉우리가 겹겹이 서고, 오른쪽 푸른 봉우리 위에 붉은 호랑이가 작게 그려져 있다

김은화의 〈산중희호〉는 같은 제목으로 두 점이 있습니다. 2025년작에서는 분홍 하늘 아래 산봉우리가 겹겹이 서고 호랑이가 오른쪽 푸른 봉우리 위에 붉고 작게 숨어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이 "그 속에 숨어든 붉은 호랑이는 태고의 신비로운 기운을 품고 수호자로 존재하는 작품"이라고 적었습니다.

김은화, 〈산중희호〉(2026), 순지에 동박, 먹, 분채, 70x50cm — 연두와 청록 하늘 아래 청록, 분홍, 초록의 산봉우리가 빽빽이 서고, 왼쪽 푸른 산 위에 금빛 호랑이가 서 있으며 양쪽에 흰 폭포가 흐른다
김은화, 〈산중희호〉(2026), 순지에 동박, 먹, 분채, 70x50cm — 연두와 청록 하늘 아래 청록, 분홍, 초록의 산봉우리가 빽빽이 서고, 왼쪽 푸른 산 위에 금빛 호랑이가 서 있으며 양쪽에 흰 폭포가 흐른다

2026년작에서는 호랑이가 금빛으로 왼쪽 산 위에 서고, 좌우로 흰 폭포가 흐릅니다. 작가는 산의 리듬 속에 깃든 호랑이의 생명력과 길상의 의미를 담았다고 적었습니다. 두 점을 나란히 놓으면 호랑이의 색과 자리가 바뀝니다. 작가의 이야기는 김은화 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열네 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작품바탕과 재료동물이 놓인 방식먼저 보이는 것
최병수 〈장산곶매〉한지에 목판허공의 새 한 마리검정과 흰색, 겹친 능선
이승곤 〈우이천 백로〉종이에 수채물가의 새번지는 물빛과 마른 갈대
류연복 〈붉은닭〉확인 중마주 선 수탉 둘붉은 면과 뾰족한 깃선
이홍원 〈수닭-화려한 외출〉캔버스에 한지, 아크릴화면을 채운 수탉의 초상꽃무늬 몸통과 금빛 경계선
신광숙 〈십장생 No.1〉비단에 분채자연물 사이의 학과 사슴, 거북폭포와 붉은 정수리의 학
칡뫼 김구 〈붉은말〉한지 먹 채색소용돌이 속을 달리는 말붉은 말과 신문 조각
강석태 〈4시의 행복한 여우〉장지에 아크릴 채색꽃밭에 몸을 낮춘 여우하늘색과 노란 형체
스토니 강 〈늑구의 꿈〉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제목 안의 늑대부챗살처럼 번지는 색결
박생광 〈원앙〉종이에 연필깃 사이에 메모가 달린 두 마리깃 사이의 작은 글자
박생광 〈원숭이-인도 기행 중〉종이에 연필한 장에 여덟 번의 자세몇 줄의 선으로 찍은 얼굴
예미킴 〈유영하다I〉MixedMedia on canvas성운 속 큰 고래와 작은 고래청록 고래와 비눗방울
이문형 〈호작도(호랑이와 까치)〉장지에 채색정면을 향한 호랑이노란 눈과 소나무 위의 까치
김은화 〈산중희호〉(2025)순지에 동박, 먹, 분채산봉우리 사이의 붉은 호랑이분홍 하늘과 작은 붉은 형체
김은화 〈산중희호〉(2026)순지에 동박, 먹, 분채산 위의 금빛 호랑이두 줄기 폭포와 금빛 형체

표를 가로로 읽으면 같은 동물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보입니다. 최병수는 허공과 능선의 대비에서 새를 불러내고, 이승곤은 물과 갈대에서 새를 풀어내고, 류연복과 이홍원은 같은 수탉을 붉은 선과 꽃무늬 색으로 나눠 그립니다. 김구는 달리는 말을 활자 조각 속에 던지고, 스토니 강은 짐승의 형체를 지우고 이름만 남깁니다. 박생광의 연필은 깃 한 장과 자세 한 번에서 멈추고, 예미킴은 고래를 성운 속에 띄웁니다. 목판과 수채는 흑백과 번짐을, 먹과 분채는 채색과 두께를, 아크릴은 면과 장식을, 연필은 관찰을 남겼습니다.

동물 그림 앞에서 먼저 볼 것

  1. 동물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 최병수의 매는 빈 하늘에 혼자 있고, 이승곤의 백로는 물가에, 신광숙의 학과 사슴과 거북은 십장생의 자연물 사이에 있습니다. 김구의 말은 풍경 없이 소용돌이 속에 있고, 강석태의 여우는 꽃밭에 있습니다. 놓인 자리가 이야기를 만듭니다.
  2. 동물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려졌는가. 박생광의 원앙은 깃 하나하나가 그려지고 그 사이에 메모가 달리며, 강석태의 여우는 귀 둘과 꼬리로 줄어들며, 스토니 강의 늑구는 화면에서 사라집니다. 구체와 생략 사이의 거리가 작품마다 다릅니다.
  3. 같은 동물을 그린 둘을 비교하는가. 〈붉은닭〉과 〈수닭-화려한 외출〉은 붉은 선과 꽃무늬의 대비로, 두 〈산중희호〉는 붉은 호랑이와 금빛 호랑이로 짝을 이룹니다.
  4. 제목이 말하는 동물과 화면의 거리. 〈늑구의 꿈〉은 늑대가 보이지 않고, 〈4시의 행복한 여우〉는 여우의 눈이 보이지 않으며, 〈붉은말〉은 말이 가장 또렷합니다. 제목과 화면의 거리를 재면서 보면 작품 읽기가 쉬워집니다.

작품을 걸 자리를 고르는 요령은 미술품 보관과 관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산과 꽃, 사람과 도시를 읽은 글은 산 · 꽃 · 사람 · 도시 편으로 이어지고, 여러 화가의 회화를 한꺼번에 읽고 싶다면 씨앗페의 회화로 이어집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함께한 연대자들이고, 상설 온라인 갤러리 작품의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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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영모화란 무엇인가요? A.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영모화를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 동물화라고 설명합니다. 원래는 새 깃털의 뜻이어서 새 그림만 가리켰으나 근세에 새 깃털과 동물 털로 뜻이 넓어져 화조화와 동물화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새와 동물이 벽사와 길상의 대상으로 즐겨 그려졌다고도 적습니다.

Q. 화조화와 영모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A. 화조화 항목은 화조화를 꽃과 새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정의하면서, 넓은 의미로는 네 발 달린 짐승 등 동물 전체를 포함해 일컫는다고 적습니다. 같은 항목은 영모(翎毛)가 새깃과 짐승털이라는 뜻으로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킨다고 풀고, 영모화 항목은 영모화가 현재 화조화와 동물화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합니다.

Q. 십장생에는 어떤 동물이 들어가나요? A.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십장생도」 항목은 보통 해, 구름, 산, 물, 바위,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를 꼽는다고 적습니다. 그림에는 대나무와 천도가 많이 다루어져 열 가지를 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씨앗페의 신광숙 〈십장생 No.1〉은 작가 설명대로 폭포를 중심으로 학과 사슴, 소나무, 불로초를 배치했고, 화면에는 거북과 해도 함께 있습니다.

Q. 장산곶매는 무엇인가요? A. 문화포털의 연극 「장산곶매」 소개는 황해도 장산곶 민화에 등장하는 장수매로, 마을의 수호신이자 지배계층에 항거하는 민중의식의 상징이라고 적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87년 결성된 영화단체 장산곶매의 이름이 황석영의 희곡 「장산곶매」(1980)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씨앗페에서는 최병수의 1990년 목판 〈장산곶매〉를 만날 수 있습니다.

Q. 닭은 왜 많이 그려졌나요? A.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닭」 항목은 닭이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서 울음소리가 귀신을 쫓는 벽사의 기능을 가진다고 여겨졌고, 신라 시조 설화에도 등장해 사람과 친밀했다고 적습니다. 화조화 항목은 조선 후기의 변상벽을 「고양이와 닭그림」의 화가로 듭니다. 씨앗페에서는 류연복의 〈붉은닭〉과 이홍원의 〈수닭-화려한 외출〉을 나란히 볼 수 있습니다.

Q. 말 그림은 어떤 흐름으로 이어졌나요? A. 「마도」 항목은 한국 말 그림의 기원을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고, 조선 후기에는 윤두서가 말만을 주인공으로 한 말 그림을 그렸으며 조선 말기에는 장승업이 수작을 남겼다고 적습니다. 현대에는 김기창이 역동적으로 질주하는 말 그림으로 맥을 이었다고 합니다. 씨앗페에서는 칡뫼 김구의 〈붉은말〉이 있습니다.

Q. 늑구는 어떤 늑대인가요? A. 2026년 4월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다가 9일 만에 포획된 늑대입니다. 노컷뉴스는 2026년 4월 17일 기사에서 안영 IC 인근에서 포획했다고, 전자신문은 수의사 입회 아래 마취총으로 생포했다고 전했습니다. 스토니 강의 〈늑구의 꿈〉은 이 늑대가 꿈꾸는 자유를 추상으로 그렸다고 작가가 설명한 작품입니다.

Q. 반구대 암각화에는 어떤 동물이 새겨져 있나요? A.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약 7천 년~3천5백 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암각화에 고래사냥 장면과 약 22종에 이르는 동물 그림이 표현되어 있다고 적습니다. 고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사슴과 호랑이, 표범, 늑대, 여우 같은 동물도 있습니다. 항목은 사냥과 어로와 관련된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Q.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서 지금 만날 수 있는 동물 그림은 무엇인가요? A. 이 글에 소개한 열네 점 모두입니다. 최병수 〈장산곶매〉, 이승곤 〈우이천 백로〉, 류연복 〈붉은닭〉, 이홍원 〈수닭-화려한 외출〉, 신광숙 〈십장생 No.1〉, 칡뫼 김구 〈붉은말〉, 강석태 〈4시의 행복한 여우〉, 스토니 강 〈늑구의 꿈〉, 故 박생광 〈원앙〉과 〈원숭이-인도 기행 중〉, 예미킴 〈유영하다I〉, 이문형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김은화 〈산중희호〉 두 점입니다.

참고한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 영모화(홍선표), 화조화(허영환), 십장생도(김재열), 마도(장준구), 닭(우한정), 원앙(원병오), 백로(원병오), 장산곶매(심혜경),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상목)
  • 문화포털, 문화예술지식 연극 「장산곶매」
  • 중앙일보, 「소설가 황석영씨-희곡집 『장산곶매』내놔」, 1980년 12월 20일 — 원문
  • CBS노컷뉴스, 「대전 오월드 탈출 늑대 늑구…9일 만에 포획」, 2026년 4월 17일 — 원문
  • 전자신문, 김명선 기자, 「탈출 늑대 '늑구' 결국 9일만에 잡혔다…심야 30분 추격 끝 생포」, 2026년 4월 17일 — 원문
  • 뉴스1, 소봄이·윤주영 기자, 「푸바오는 이별, 늑구는 탈출, 부캉이는 출몰…'서사 있는 동물'에 빠졌다」, 2026년 10월 1일 —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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